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한 5m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놓고 국회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전국 역명과 역광장의 경우 서로 명칭이 다른 경우가 없는데, 대구시가 법과 절차에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역광장 명칭을 바꿨다는 지적이다. 또 국유지인 동대구역 광장에 정부와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대구시가 무단으로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한 것은 불법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결국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을 바꾼 것도,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한 것도 모두 문제라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21일 국토교통부 현안보고에서 박상우 국토부 장관에게 이와 관련한 질의를 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구시가 법과 절차를 어겼다"며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손명수(경기 용인을) 의원은 "역명과 역광장 이름이 다른 경우는 없다"며 "통상 역광장은 역명을 따르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역명을 바꾸려면 '철도사업법' 제4조(사업용철도노선의 고시 등)에 따라 '철도 노선 및 역의 명칭 관리지침'을 지켜야 한다"면서 "국토부의 '역명심의위원회'를 거쳐 변경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용기(경기 화성정) 의원은 "(동대구역 광장을) 위탁 받은 지방자치단체(대구시)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박정희 동상,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 해버리면 어떻게 관리할 수 있겠냐"며 "대구시뿐만 아니라 (국토부가 역광장을) 위탁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닌데, 지자체들이 마음에 드는 동상을 다 세우겠다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다.
진보당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이라고 이름을 바꾼 것은 홍준표 시장의 대선을 위한 보수표 결집 일환"이라며 "위탁 받은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정하라"고 요구했다.
국유지인 역광장에 시설물 설치와 관련한 정부의 이중잣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복기왕(충남 아산갑) 의원은 "용산역의 '강제징용 노동자상'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불편 시설'로 간주해 계속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온양온천역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려고 했을 때는 국가철도공단과 협의했지만 '설치가 불가하다'고 해 설치하지 않았다"면서 "왜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 표지판'에 대해서는 이중잣대를 들이대는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고 질타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시설물 설치와 관련해 적법성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손명수 의원님 지적에 동의한다"며 "저희 보고서에 보니까 '자체적으로 별칭을 정해 부르것도 가능하다'라고 되어 있어서 마치 법률적으로 가능한 것 같은데,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래서 (대구시가) 별칭을 부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구시는 공식적으로 역명 변경이나 표지판 설치에 대해 어떤 협의도 한 게 없었다"면서 "동대구역 광장은 국유재산에 해당하고, 표지판과 같이 전직 대통령 명칭이 들어가는 시설물은 '기타 편의시설'로 분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국민 화합이라든지 이런 정무적인 차원에서 큰 토론이나 논의를 거친 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의 설치(박정희 광장 표지판)에 대해 적법한지, 국토부가 시정 조치를 할 만한 위법 사항인지 정밀하게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대구시 옹호에 나섰다. 국민의힘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의원은 "대전역의 대전역 광장도 '호국철도광장'이라고 부르지 않냐"면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별칭을 부르는 게 불가능한 일이냐"고 따졌다. 같은 당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의원은 "동대구역 광장 소유권을 명확히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동대구역) 광장은 지자체에 이양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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