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쏟아지는 명태균씨 발언 관련 뉴스와 국감장에서 폭로를 쏟아낸 강혜경씨의 증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참담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특히 ‘영적인 대화, 장님 무사, 주술사’와 같은 발언은 더이상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게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행간을 읽어내고 맥락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는 명태균 게이트를 들여다보았다.
뉴스따라잡기
9월 5일 뉴스토마토의 단독보도로 시작된 명태균 게이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혜경씨의 증언으로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강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이자 보좌관이었고,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근무했었다. 기자들도 따라가기 힘들다는 명씨의 연이은 발언으로 정신이 없지만, 이번 사안은 ‘김여사 공천개입 의혹’과 ‘윤석열 후보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강씨의 증언 내용을 바탕으로 법적 문제를 살펴보았다.
'김여사 공천개입 의혹'
강씨에 따르면 명씨는 댓가를 받지 않고, 2021년 4월부터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사이 81건의 대선 후보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머니투데이·뉴데일리 등 언론사 의뢰로 진행된 공표용 조사가 58건(21년 4월18일~22년 3월2일), 미공표된 자체 조사가 14건(21년 5월14일~22년 1월7일), 대선 직전 매일 이뤄진 ‘면밀조사’(22년 2월28일~3월8일)가 9건이다(한겨레, 2024.10.22 <"명태균, 김건희 여사한테 돈 꼭 받아오겠다 말해"> 기사 참고). 총비용은 3억 7520만원 이다.
강씨는 명씨가 돈 받으러 간다고 하여 서류를 만들어 주었지만 돈은 받아오지 않았고 대신 김영선 전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고 증언했다. 이는 명씨가 무료로 여론조사를 하고 그 대가로 특정인을 공천해달라고 한 것이어서 ‘기부’를 한 것임으로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부정수수죄에 해당하고 윤대통령은 부정수수를 받은 혐의를 받게 된다. 또한 김 전 의원의 공천에 김여사가 개입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려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MBC뉴스데스크, 2024.10.21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어떻게 불거졌나? 쟁점은?> 기사 참고)
공천의 대가로 김 전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후 세비의 50%를 명씨에게 지급했고 총금액은 9600만원 정도이다. 이 건은 창원지검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또한 김 전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운동 비용으로 명씨 쪽이 진행한 여론조사 비용을 댔던 대구시의원·고령군수 출마 예비후보자들에게 6천만 원을 갚기도 했다.(한겨레, 2024.10.22 <"명태균, 김건희 여사한테 돈 꼭 받아오겠다 말해"> 기사 참고)
'윤석열 후보 여론조사 조작 의혹'
강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20, 30대 지지율을 20% 올리라’는 명씨의 지시는 실제 (여론조사) 응답에 대해 곱하기를 해서 결과 보고서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건 보정이 아니라 조작이다"라고 증언했다(동아일보, 2024.10.22 <'명태균 의혹 폭로' 강혜경 "여사가 김영선 공천 줬다"> 기사 참고). 이에 대해 명씨는 비공개 조사라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비공개조사라면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조사결과를 윤석열 후보에게 전달했다면 공개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
'김여사 공천개입 의혹'과 '윤석열 후보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서 예상되는 법적인 문제는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수수,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이밖에 뇌물죄와 공무방해죄도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다.
명태균과 윤석열 대통령 부부
불법성과 별개로 그칠 줄 모르는 명태균 게이트와 강씨의 폭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하고 있다. 명씨와의 관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와의 만남에서 “대선 전 명씨가 만나자마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으라는 조언을 했다. 그러나 나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단호하게 잘라냈다. 집사람은 “나와 달리 어쨌든 명씨를 달래고 좋게 좋게 선거를 치르려고 그렇게 하지 않았겠냐.”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최초 해명에서는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고 했었는데 이를 뒤집는 말을 한 것이다. 또한 김여사가 명씨와 계속 관계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강씨의 폭로에서도 명씨와 김여사의 친분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어제 강씨는 명태균게이트의 창원지검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미 압수 수색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진실이 밝혀질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지지율 20%대, 윤석열 정권의 미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이미 20%대로 내려앉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8일 전국 성인 25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4.1% 였다. 국민 10명 중 2~3명만이 이 정권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집권 2년 무렵 지지율을 찾아보니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언론에서 조차 ‘나라인가 아내인가’(조선일보 10월16일자 칼럼)라며 직언했지만 결단하기 보다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는 면담에서 김여사 의혹과 관련해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특별감찰관 임명 등의 쇄신책을 제시했지만 ‘홀대와 빈손 회담’이라는 결과만 남았다.
사람은 어떤 것에 사로 잡혀 있으면 한 치 앞도 보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이 의미하는 민심이반과 보수세력의 이탈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명씨는 윤대통령이 후보시절 ‘투자자, 배급사는 국민의힘, 감독은 김종인, 연출은 이준석, 시나리오는 내가 짤 테니 후보는 연기나 잘하시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직도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자꾸만 어두워져가는 윤석열 정권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밝게 할 주체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변화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임기는 2년 197일 남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시민들 앞에 놓인 이 비극을 어찌해야 할까.
[남은주 칼럼 58] 남은주 / 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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