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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와 여론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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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일파만파 명태균 게이트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람의 명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넘어 오세훈 서울시장 지지자, 국민의힘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까지. 그리고 명태균 씨와 관련된 정치인들의 이름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명태균씨와 연결된 정치권 인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명태균씨가 ‘여론조사’라는 유효한 도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조사는 이미 각 당의 경선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되었고,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높으면 실제 지지율이 높아지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로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명태균 게이트를 보면서 여론조사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다. 여론조사가 정말 여론을 알 수 있는 방법인가? 여론을 만들기 위한 혹은 조작하기 위한 과정은 아닐까? 여론조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론조사 결과 조작 가능할까

여론조사 방법은 피조사자가가 온라인 설문지를 이용해서 직접 입력하는 자기기입식 조사(흔히 온라인 조사라고 함)와 개별면접조사, 전화조사, ARS 조사가 있다. 국내 정치여론조사는 대부분 전화조사와 ARS조사가 사용되는데 응답률에 차이가 있다. 응답률은 표본 모집단의 대표성 문제와 직결되어 조사결과의 차이로 연결될 수 있다. ARS조사로 진행하는 정치여론조사의 평균 응답률은 2~4% 정도이고 전화 조사는 10~20%라고 하니 전화조사가 모집단의 대표성을 좀 더 담보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비슷한 여론조사인데 결과가 다른 이유

먼저 표본추출의 프레임 때문이다. 조사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표본추출 방법은 RDD방식과 안심번호를 통한 방법이 있는데, RDD는 무선번호의 010 - □□□□ - □□□□ 에서 뒤의 8자리 번호를 무작위로 발생시켜서 기계가 전화를 걸고 유효한 번호이면 조사를 진행한다. RDD 방식은 조사대상자의 성별/연령/거주지역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표본 수 할당을 맞추기 어렵다. 그래서 조사 완료 후 실제 인구구성비에 의한 가중치를 부여하여 분석한다. 문제는 가중치 부여 비율이다.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선거 여론조사에서 성별·연령별·지역별 모두 0.7에서 1.5 사이여야 하고 가중치가 이 범위를 벗어날 경우 해당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사진 출처. KBS뉴스 「"명태균 보고서 활용"…여론조사 수사 박차」(2024.11.22)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명태균 보고서 활용"…여론조사 수사 박차」(2024.11.22)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명태균 보고서 활용"…여론조사 수사 박차」(2024.11.22)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명태균 보고서 활용"…여론조사 수사 박차」(2024.11.22) 방송 캡처

안심번호는 지역별/성별/연령별 휴대폰 번호를 통신사에서 제공받아 조사하는 방법으로, 통신사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실제 휴대폰 번호가 아닌 가상번호를 제공한다. 실제 인구구성비와 거의 유사한 표본으로 조사할 수 있지만 비용이 비싸고 안심번호를 10일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표본이 인구구성비와 같다고 해도 모두 응답하는 것은 아니므로 같은 번호로 재조사하는 방법 등으로 오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설문구성 항목의 배열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당지지율을 물을 때 대통령 지지율을 먼저 묻고 정당지지율을 묻는 것과 정당지지율을 먼저 묻고 대통령지지율을 물을 때 결과 값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문항에 따라 선거 후보자에 대한 선호도, 적합도, 지지도, 투표 의향 등을 조사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의도’가 개입될 수 있다. 표본추출 방법과 가중치 부여, 문항 설계에 따라 결과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 이를 어떤 시점에 어떻게 알리는지도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5% 웅답률은 95%를 대표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가 곧 여론”이 되는 현실에서는 낮은 응답률로 인한 표본구성의 편향성과 과대 대표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ARS 조사 방식은 응답률이 5% 안팎이고, 면접원 전화 방식은 10%대이다. 100명 중 5명이 응답했다면 답하지 않은 95명의 정치성향을 5명이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게 된다. 표본구성에 맞게 응답률이 나오지 않으면 가중치까지 적용하니 집단의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과대 대표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갑윤 교수 등이 펴낸 『한국의 여론조사, 실태와 한계 그리고 미래』에서 저자들은 특히 ‘응답 협조율’ 문제를 제기하며 여론조사 응답 협조율의 마지노선을 20~30%대로 해야한다고 한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응답률이 높아져야 정당성이 획득된다는 것이다. 

미등록 기관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의뢰한 사람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는 경향성, 즉 변화의 추이를 알 수 있는 도구라고 한다. 그러나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시민들이 여론조사의 방법, 표본의 크기 등을 세세하게 보기는 어렵고, 누구의 지지율이 더 높으냐를 보게 된다. 

명태균 게이트가 시작될 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의원회 홈페이지에서 미래한국연구소를 찾아보았다. 중심위 홈페이지에서는 지금까지 등록하고 폐업한 여론조사 기관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데 미래한국연구소는 없었다.

한겨레 2024년 11월 21일자 12면(전국)
한겨레 2024년 11월 21일자 12면(전국)

한겨레신문(2024년11월20일 자)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설립 때부터 지난해 4월 폐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여론조사업체로 등록하지 않았다. 여론조사등록제 규정에 맞는 사회조사 분석사와 상근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명태균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은 무엇을 쫓은 것일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여론조사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시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공표조사인 경우 범죄행위이며 미공표조사라 하더라도 민의를 왜곡한 것이다. 이제 철저한 조사로 진실을 규명하고 도의적 책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남은주 칼럼 59] 남은주 / 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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