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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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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막연한 안보 불안감 떨쳐야 유리한 협상 된다

한국이 "현금인출기"라는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귀환했다. 2017년부터 4년간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우리가 보았듯이, 그 ‘우선’의 기준은 미국의 품격도 패권도 아닌 경제적 이익이다. 미국이 다른 대통령 시기에도 경제적 이익을 내세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뉴욕 부동산 재벌 출신이어서 그런지 돈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트럼프 취임 후 우리나라에 던질 돈 문제 중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있다. 1966년 한미 정부가 체결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서는 한국이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고 주한미군 유지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했으나, 1991년부터는 우리도 분담금을 물기 시작했다. 1천억 원으로 시작한 분담금은 점점 불어나 곧 15배가 된다.

지난 10월 초에 양국이 가서명한 제12차 협정에 따르면, 2026년에는 1조 5천억 원 이상이 되고 2030년까지 매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하여 늘리기로 했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이런 합의조차 깨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위협하면서 더 엄청난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는 후보 시절에 한국을 “현금인출기”(money machine)라고 부르면서 100억 달러(약 14조 원)라는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 KBS뉴스 「시사기획창 - 트럼프의 미국, 2025년 한미관계는 어디로?」(2024.11.27) 방송 캡처
사진 출처. KBS뉴스 「시사기획창 - 트럼프의 미국, 2025년 한미관계는 어디로?」(2024.11.27) 방송 캡처

트럼프 식 '블러핑' 전략의 허실

매일경제 11월 7일 자 인터뷰 기사를 보면, 미국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이언 브레머(Ian Bremmer)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을 다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는 협상용 전략적 허세이지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전략적 허세’는 포커 게임에서 흔히 쓰는 용어인 ‘블러핑’(bluffing)의 번역어다. 포커에서 블러핑이란 자신의 패가 좋은 것처럼 허세를 부려서 상대가 겁을 먹고 굴복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말한다. 필자도 브레머 회장의 예상과 진단에 공감한다.

블러핑이 성공하려면 내가 쥐고 있는 패를 상대방이 모른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외교정책을 보아왔고 트럼프 대통령을 4년간 겪어보기도 해서 미국의 패를 이미 상당히 안다. 예를 들어보자. 주한미군은 한국에 대한 시혜가 아니다. 동두천, 의정부, 용산 등에 있던 미군기지를 통합하여 평택에 조성한 험프리스 기지(Camp Humphreys)는 중국 견제용이다. 북한의 남침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서울 이남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

또 박근혜 정부 때 성주에 설치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도 중국 견제가 주목적이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정의당)에 의하면, “북한에서 미 본토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알래스카에서 탐지하는 데 15분이 걸리는데,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에 8초밖에 안 걸린다.”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미사일도 당연히 한국에서 탐지하는 게 유리하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거칠게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내 여론도 주한미군 철수를 지지하지 않는다.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가 11월 10일(현지시간) 공개한 ‘한반도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 조사에 따르면, 주한미군에 대해서 현재 규모 유지(55%), 축소(13%), 확대(9%), 철수(4%)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런 여론 역시 트럼프의 블러핑 전략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막연한 안보 불안감 떨치기

트럼프도 자신의 별것 없는 패가 노출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블러핑 전략이 먹힐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무얼까? 한국 국민 상당수가 안보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주한미군을 ‘인계철선’이라고 믿는 국민이 적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인계철선이란 폭탄에 연결된 철선으로 특정한 자극이 있으면 폭탄이 터지게 되어 있다. 즉 미국 군대가 국내에 주둔해 있으면 북한이 공격할 때 미국이 저절로 참전하게 되므로 남침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의 안보 불안감은 정말 근거가 있는가? 물론 전쟁은 예방이 최선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없더라도 남침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라는 미국 회사가 측정한 각국의 군사력 지수를 보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위, 북한은 36위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통계가 아닐지라도, 우리의 상식에서 아주 벗어나지도 않는다. 전쟁을 뒷받침하는 경제력도 남북 격차가 엄청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또 험프리스 기지가 휴전선과 서울 사이가 아니라 경기도 남부에 있으므로 주한미군이 곧 ‘인계철선’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때문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핵무기는 기본적으로 공격용보다는 전쟁 억제 수단이고, 더구나 북한의 핵무기는 남한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하는 수단이다. 미국이 반복해서 북한 정권을 위협하니까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온 것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남한이 대상이라면 국제적인 제재를 무릅쓰면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보다는 재래식 무기를 강화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우리가 막연한 안보 불안감을 떨치고 이성적 판단을 하게 되면, 트럼프의 불러핑은 힘을 잃게 된다. 또 국내에서 ‘양키 고 홈’을 외치게 되면 그 목소리 크기에 비례하여 정부의 협상력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체면을 구긴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실행에 옮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한미군을 정말로 철수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환영할 일이 아닌가? 외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는 완전한 독립국이 아니다. 이참에 미국의 ‘준’속국 처지를 벗어나 완전한 독립국이 되면 좋겠다.

[김윤상 칼럼 145]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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