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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보, 떳떳하면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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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입틀막, 눈틀막, 귀틀막은 독재의 수단

 

정부는 국민을 위해 공적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이고 비용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제3조)는 원칙을 천명하면서, 예외적인 비공개 대상 정보(제9조)를 명시해 두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예외가 원칙을 뒤집는 일이 더 보편화된 듯도 하다.

하나의 예로, 박정희 동상 건립 논란을 들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호남에는 김대중 동상이 곳곳에 있으니 대구에도 박정희 동상이 필요하다며 사업을 추진하였고, 대구시의회는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이하 ‘기념사업 조례’)를 제정했다. 8월 14일에는, 명칭 변경을 위한 절차도 밟지 않은 채,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이라는 표지판을 세우기까지 했다. 이런 조치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는 여러 차례 집회도 하고, 9월 5일에는 야권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 및 토론회(‘박정희 동상 건립, 어떻게 볼 것인가’)를 열기도 했다.

'대구경북 박정희 우상화 반대 전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2024.9.5.국회 소통관) / 사진 제공. 임미애 의원실
'대구경북 박정희 우상화 반대 전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2024.9.5.국회 소통관) / 사진 제공. 임미애 의원실

홍준표 시장의 박정희 기념사업 정보는 모두 비공개

기념사업 조례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는 “심의과정에 필요한 경우 여론 수렴,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제3조 제3항). 그렇다면, 지금처럼 지역 내외의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시민은 기대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대구시에 정보공개를 요청하였더니, 추진위원회 회의를 네 차례 열었으나 공론화 과정은 거치지 않았으며(9월 10일 현재), <대구광역시 각종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조례>(이하 ‘위원회 조례’) 제11조에 따라 심의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

위원회 조례 제11조는, 정보공개법처럼, 위원회 회의의 공개 원칙을 명시하면서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 제12조에서는 위원회 회의록 공개의 원칙도 명시하고 있다. 회의 종료 후 7일 이내에 회의록을 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하며,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공개 가능한 부분은 공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저 ‘비공개’라는 것이다.

추진위원회는 위원 과반수를 민간위원으로 위촉하게 되어 있고(기념사업 조례 제4조), 현재 위원 총수 11명 중 7명이 민간위원이다. 그래서 필자는 민간위원과 의논해볼 작정으로 대구시에 위원의 명단과 소속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위원회 조례 제8조에 따라 비공개라는 회신을 받았다. 제8조는 “심의의 공정성을 매우 중대하게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위원의 명단을 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동대구역 광장에 건립 예정인 '박정희 동상'을 규탄하는 시민사회(2024.8.14) / 사진. 평화뉴스김영화 기자
동대구역 광장에 건립 예정인 '박정희 동상'을 규탄하는 시민사회(2024.8.14) / 사진. 평화뉴스김영화 기자

켕기니까 감춘다

추진위원회 위원의 명단을 공개한다고 해서 “심의의 공정성을 매우 중대하게 해할 우려”가 있을까? 실은, 공정하게 심의하면 홍준표 시장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올까 봐 비공개하는 것 아닌가? 또 공공업무를 심의하는 위원이라면 자신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시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지 않나? 공공기관의 그늘에서 거수기 역할이나 하려면 아예 위원이 되지 말아야 한다.

논란이 많은 안건일수록 정보공개와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행정 당국은 오히려 그 반대로, 논란이 많을수록 결정 과정을 감추고 싶은 모양이다. 이쯤 되면 정보공개법 제3조를 이렇게 바꾸어야 할 판이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이 궁금해하지 않거나 찬반 의견이 없는 경우에만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소극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국민의 입을 대통령 경호원이 틀어막은 후 윤석열 정부는 ‘입틀막’ 정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보공개를 피하는 홍준표 시장은 ‘눈틀막’, ‘귀틀막’ 시장이 된 듯하다. ‘○틀막’은 독재정권의 특징이다. 홍준표 시장이 동상을 세워 기리고 싶어 하는 그 박정희 치하에서 국민을 옥죄었던 바로 그 수단 아니었나.

[김윤상 칼럼 143]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참고 자료]

칼럼에서 언급한 법률, 조례의 관련 조문을 인용해 둡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약칭 '정보공개법')

제3조(정보공개의 원칙)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 ①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국회규칙・대법원규칙・헌법재판소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대통령령 및 조례로 한정한다)에 따라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

  2.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3.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4.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矯正),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5.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다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에는 제13조제5항에 따라 통지를 할 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의 단계 및 종료 예정일을 함께 안내하여야 하며,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제10조에 따른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6.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다만, 다음 각 목에 열거한 사항은 제외한다.

    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

    나. 공공기관이 공표를 목적으로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는 정보

    다.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라.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

    마.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

  7.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다만, 다음 각 목에 열거한 정보는 제외한다.

    가. 사업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나. 위법・부당한 사업 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

  8. 공개될 경우 부동산 투기, 매점매석 등으로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이하 생략)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약칭 '기념사업 조례')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약칭 ‘기념사업 조례)

제3조(위원회의 설치 및 기능) ③ 위원회는 심의과정에 필요한 경우 여론 수렴,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4조(위원회의 구성 등) ①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이 경우 민간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대구광역시 각종 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 (약칭 '위원회 조례')

제8조(위원명단 공개) 시장은 안건 심의의 공정성을 매우 중대하게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5조의 규정에 의한 위촉직 위원과 당연직 위원의 명단을 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하여야 한다.

제11조(회의의 공개) 위원회의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다른 조례에 비공개하도록 규정된 경우와 위원회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출석위원 중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비공개로 할 수 있다.

제12조(회의록의 작성 및 공개) ① 위원회의 장은 회의 개최 일시, 장소, 출석위원, 심의안건, 발언 내용, 회의 결과 등을 기록한 회의록을 작성하여야 한다.

  ②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의 비공개 사유가 없는 한 위원회의 장은 회의 종료 후 7일 이내에 회의의 주요 내용과 결과 등을 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여야 한다.

  ③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따라 비공개 결정을 한 경우에도 공개 가능한 부분과 비공개 부분을 구분하여 공개 가능한 부분은 공개하여야 하며, 또한 비공개 사유가 소멸되는 경우 비공개한 부분도 즉시 공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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