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폭력 1위', 불편한 진실 외면하는 지역언론

평화뉴스
  • 입력 2013.10.08 14: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 "교육청 평가 1위", 영남 "폭력 꾸준히 줄어" / 대구MBC "조사과정 문제" 제기


<경향신문> 2013년 10월 4일자 1면
<경향신문> 2013년 10월 4일자 1면

이상하다.
지난 7월 대부분 지역언론은 "대구에서 학교폭력이 꾸준히 줄고 있다", "피해당했다는 학생이 없는 학교도 27곳", "대구지역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충실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런 흐름을 안고 대구시교육청은 교육부 평가 전국교육청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총 6개의 평가항목 중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학생역량 강화 △교원 및 단위학교 역량 강화 △인성 및 학생복지 증진 △교육 만족도 제고 등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매일신문> 2013년 8월 27일자 1면
<매일신문> 2013년 8월 27일자 1면
<영남일보> 2013년 7월 24일자 8면
<영남일보> 2013년 7월 24일자 8면

학교폭력 조사는 엉성, 학교는 실적만 쫓아


이 기사들만 보고 있으면, 대구교육청 관내 교사와 학생들은 예년보다는 조금은 더 행복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물론 일부 현장이겠지만) 교사, 학생들의 눈에는 생기를 찾기가 힘들었다. 밀려드는 업무, 실적을 증명해야하는 서류,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아이들, 일상적으로 접하는 학교폭력을 비롯해 폭력적인 학교 행정 등 이야기를 들으면, 여기가 진짜 학교가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불편한 진실에, 한발짝 접근한 뉴스가 있었다.

대구MBC 뉴스데스크 2013년 10월 5일
대구MBC 뉴스데스크 2013년 10월 5일

대구MBC가 7월 잇달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학교에서 학교폭력실태 조사 과정에서 다양한 무리수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인터넷으로 조사 응답해 정확성이 우려 ▲교사가 이미 해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라는 요구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조사에 응했다. ▲각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조사기간을 임의로 연장했고 그 기간동안 거의 90%학교가 실태조사에 참가했다. 등등.

이때까지만 해도 '조사 과정에 무리수가 있었구나', '실적을 쌓기 위해 교육청이 약간 오버하네' 정도로만 이해했지 실제 학교폭력실태가 어떤지 알 수 있는 지표는 없었습니다.

학교폭력 평가 1위 대구교육청, 폭력피해자 전국 1위?

EBS뉴스 2013년 10월 4일
EBS뉴스 2013년 10월 4일

그로부터 3개월 후인 10월 3일.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시도별 학교폭력현황 분석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학교폭력 예방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던, 대구교육청 관내 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수 전국 1위, 학교폭력 심의 건수 전국 1위, 가해 학생수 전국 3위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구지역 학교폭력실태는 2012년에 전국에서 가장 심각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요. 교육청, 교육부 즉 행정당국이 제시하는 자료와, 실제 학교현장의 모습은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만난 교사와 학생들의 하소연이 학교현장의 아주 작은 부분이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교육부가 교육청을 평가할 때 어떤 항목들을 사용하길래, 이렇게 현장 상황이 젼혀 반영되지 않는지.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9월에 발표한 <2013년도 시도교육청 평가계획>표에 따르면 교육청평가지표 및 배점 상황이 자세히 나와있는데요. △학생 역량강화 (19점) △교원 및 단위학교역량강화(14점) △인성 및 학생복지증진(21점)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노력(15점) △교육 만족도 제고(16점)로 구성돼 있습니다.

2013년 9월 3일 교육과학기술부 석간 보도자료 '교육청 평가계획표'
2013년 9월 3일 교육과학기술부 석간 보도자료 '교육청 평가계획표'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노력'은 단일 항목 중에는 최고 점수이며, 2012년에 신설된 것입니다. 아마 2011년 대구지역 중학생 자살사건 계기로 만들어진 항목일 것입니다.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노력'에는 실제 학교폭력 실태가 포함되지 않을까요?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EBS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항목 예) 교사 참여율, 학부모 참여율, 교사 연수 이런 것들로만 평가 지표를 구성했기 때문에, 학교폭력 현상과는 거리가 먼 결과가 나타난 것이죠"라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실적' 중심의 평가라는 겁니다.

대구교육청 1위 칭송한 지역언론,'학교폭력 전국 1위' 불편한 진실은 외면?

국회의원 보도자료, 교육부 보도자료, 언론 보도자료 등등의 자료를 찾고 이곳저곳 문의를 했더니 몇가지 사실과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는데요. 근데, 이걸 왜 제가 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건 언론의 몫(물론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아닌가요?

7월에 '대구교육청 학교폭력 예방 1위'가, 3개월 후 '대구교육청 학교폭력피해자 전국 1위'로 사실관계가 바뀌었는데 다수의 시민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데 유독 지역언론은 이 문제에 쉬쉬하고 있더군요.

7월에 '학교폭력 조사방식의 문제'를 제기했던 대구MBC만 10월 5일 <학교폭력실태 '따로' 평가 '따로'>를 통해 같은 맥락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인데요. 교육부 평가 대구교육청 1위를 1면에 편집했던 <매일신문>, 대구 학교폭력 꾸준히 줄고 있다고 8면에 머릿기사로 보도했던 <영남일보>는 왜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요?

내년 6월이면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가 진행됩니다. 지역언론의 연례 행사, 즉 선거 당일 또는 하루 전날 사설에서 어김없이 "대구지역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원한다"는 주장이 제시됩니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은 유권자 자신의 몫이기도 하지만 지역언론에서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한 정보를 제공했을 때 가능할텐데요.

<한겨레> 2013년 8월 27일자 10면
<한겨레> 2013년 8월 27일자 10면

평소에는 교육당국이 불편해하는 사실을 이래저래 숨기다가, 선거당일 '유권자 현명한 판단'을 운운하는 것이 설득력 있을까요? 교육청이 학교 현장의 폭력실태를 외면한 채 자신들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태도나 지역언론이 교육현장이나 학교당국의 불편함은 외면한 채 선거당일 '유권자 판단' 운운하는 것, 두 모습이 매우 닮아가고 있습니다. 

학교현장에서는 201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교육청과 학교는 올해 상반기의 오류를 반복할지, 아니면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자료를 참고해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대구교육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2013년 10월 28일로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대구교육청은 전국체전으로 인해 국정감사에서도 제외되었는데요. 지난 2년간 대구교육청 교육행정의 시시비비가 국감에서 제대로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51]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