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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대구 민심 취재기
선거구 12곳서 만난 3백여명...동네마다 '변화ㆍ심판', 그러나 '박근혜'에 묻혔다
2014년 06월 06일 (금) 20:05:58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지방권력을 바꾸는 6.4지방선거가 끝났다. 대구 유권자들은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 등 새누리당과 보수 후보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대구의 20년 독점은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구의원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 전체 102명 중 진보·개혁 성향의 야당과 무소속 후보 15명, 광역 비례대표 1명, 지역구 비례대표 4명이 당선돼 여당 싹쓸이를 막고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선거기간 동안 대구 각 선거구에서 만난 시민들은 "살기 어렵다", "대구를 떠나고 싶다", "앞날이 막막하다"고 한 목소리로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맨날 뽑아줘도 나아지는 게 없다", "한 번 혼쭐이 나야한다", "대구가 만만하게 보이나. 쳐다보기도 싫다"며 여당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그러나 "미워도 여당", "앞으로 더 잘하겠지", "어쩔수 없이 이번에도 1번"이라며 변치않는 보수 표심을 나타냈다.

   
▲ 북구 칠곡1지구 구암동에서 선거벽보를 보는 유권자들(2014.5.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그 이유로 유권자들은 하나같이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를 꼽았다. 새누리당은 '미워도 대통령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 심판론, 여당 정치인의 막말이 지방선거 이슈로 떠올라 여당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위기 앞에 밀집되는 '보수 표심'을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지역 이슈로 연말 개통을 앞둔 3호선 무인화와 경북도청 후적지 사용, 세월호 사고로 인한 안전 등이 떠올랐지만, '풀뿌리' 동네 선거조차 '대통령 지키기' 이슈에 파묻혀 지역 이슈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평화뉴스는 '풀뿌리 르포'를 통해 대구 민심을 들었다. 5월 12일부타 6월 2일까지 대구 12개 지방의원 선거구 재래시장과 아파트촌, 상가, 길거리, 지하철역에서 유권자 3백여명을 만났다. 시의원을 뽑는 동구 '제4선거구(안심1.2.3.4·해안동)', 수성구 '제2선거구(만촌2.3·고산1~3동)', 구의원을 뽑는 동구 '나선거구(신천1~4·효목1.2동)'·'바선거구(안심3.4동)', 서구 '가선거구(내당1~4동)', 북구 '다선거구(산격1~4·대현동)'·'바선거구(동천·국우동)'·'아선거구(태전2·구암동)', 수성구 '가선거구(범어2.3·만촌1동)'·'마선거구(수성1~4가동)'·'아선거구(지산1.2동)', 달서구 '다선거구(이곡1.2·신당동)' 등 12곳이다. 모두 진보개혁 성향의 야권이나 무소속 후보가 출마한 곳으로, 한 선거구에 2명이나 3명을 뽑는 '2인'ㆍ'3인 선거구'(시의원은 1명 선출)들이다.

이 12곳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으나, '달서다' 이유경'(45.새정치민주연합), '북구바' 이영재(47.정의당), '북구다' 유병철(52.무소속), '수성아' 석철(52.무소속), '수성가' 김희섭(55.무소속) 후보를 포함해 진보개혁 성향의 야권과 무소속 후보 5명도 구의원 배지를 달았다.

   
▲ 북구 산격3동 경북대 북문 로데오거리 모습(2014.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시민들은 대구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를 반영하듯 20-40대는 '야당' 또는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 반면, 50대 이상 장년층은 "아직은 아니다"며 세대별로 엇갈린 민심을 나타냈다. 지하철과 대학가에서 만난 청년들, 택시기사와 버스기사 등 운수업 종사자들, 초.중.고교 일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바꿔야 한다"는데 동감했다.

특히 젊은층은 "대통령 타령만 하는 여당이 꼴보기도 싫다. 대통령보다 우리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이교삼.33), "대통령 지키자고 4년을 또 망쳐야 하느냐. 언제까지 박근혜 이름만 들고 나올 거냐"(강혜란.41)고 말하며 여당 후보들이 들고나온 '박근혜 마케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청년공약'과 '일자리 공약 부재'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경북대 법학과 3학년 석모(27)씨는 "대구를 떠나고 싶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공약도 없고 대책도 없는 여당에 화가난다"고 했다.

   
▲ 칠곡3지구 일대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의 모습(2014.5.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만촌3동 수성대 주변에는 상가가 밀집돼 있다(2014.5.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40대 이상 유권자들은 선거 막판에 새누리당이 '남부권 신공항'을 부산 가덕도로 유치하겠다는 공약 때문에 야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칠곡으로 향하던 버스기사 4명과 수성구에서 만난 택시운전수 2명은 "시장도 구의원도 야당으로 바꿔야 한다"며 "또 1번을 찍으면 바보"라고 말했다.

'앵그리맘'으로 대표되는 30-40대 학부모들은 '세월호 침몰'로 인한 정부와 여당에 대한 화난 민심을 드러냈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두 자녀를 둔 진미란(47.수성4가)씨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나라"라며 "대통령이고 뭐고 다들 혼쭐이 나아햔다. 야당을 찍어 여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 동구 '나선거구' 효목2동에 있는 동구시장(2014.6.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지산목련시장(2014.5.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50대 이상 장년층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여당을 찍을 것"이라며 변치않는 보수 표심을 보였다. 특히, 전통시장과 공원,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장년·고령층은 선거 유세 마지막에 새누리당이 대구시내 곳곳에 단 '대통령을 지켜주세요' 현수막을 보며 "여당이 밉지만 대통령을 생각해 1번을 찍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젊은층과 달리 장년층에서는 '박근혜 마켓팅'이 성공한 셈이다.

동구 효목시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안모(54)씨는 "여당이 미워도 이상하게 투표일이 되면 손가락이 1번으로 간다"면서 "대통령을 생각하면 찍게 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수성구 목련시장에서는 "대통령을 흔들면 안된다"고 말하는 한 노점상을 향해 지나가던 한 40대 시민이 "그렇다면 흔들어서 혼을 내야한다"고 말해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성구 지산동 아파트 앞 공원에 모인 고령층 유권자들은 "대구는 보수",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며 "대통령을 생각하면 여당을 찍어야 한다"고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서구 내당동 대형마트 앞의 모습(2014.5.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40-50대 무당층 가운데는 "야당을 뽑고 싶어도 인물이 없다"며 대구지역 야당에 대한 쓴소리를 하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수성구 범어도서관 앞에서 만난 회사원 박지규(50)씨는 "대구 경제를 망친 게 여당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마음을 주고 싶어도 마음을 줄 야당 지역 일꾼이 안 보인다"며 "대구 시민만 욕할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인물하나 못키운 야당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당 인물 부재'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다.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김구종(53)씨는 "야당을 찍고 싶어도 1번 밖에 없어 황당하다"며 "그래서 미워도 여당을 뽑게 된다. 대안도 없는 야당은 대구의 보수 성향만 탓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효목2동 동구시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여모(45)씨는 "이름도 들어본적 없는 제1 야당 후보를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죽어도 여당은 못 찍겠는데 야당 후보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답답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 만촌1동 화랑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주민들(2014.5.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선거 결과 대구 민심은 또 다시 '보수'를 택했다. 시장과 8개 구.군 기초단체장 전원, 기초의원 지역구 102명 중 새누리당 후보 77명이 당선됐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조짐은 '풀뿌리' 기초의원 선거에서 살아났다. 4년 전 선거 때 지역구에서 '범야권단일후보' 10명이 당선된 것보다 5명이나 많은 규모다. 당선자·낙선자 모두 투표에 보이지 않지만 삶의 현장에서 나타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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