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동, "동네 일꾼도 여당" vs "또 뽑으면 바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5.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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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성마] 새누리 홍경임· 김진환, 무소속 차건호...'박 대통령' 민심 극과 극


"아무리 구의원이 동네 일꾼이라도 여당이 잘하니까 1번 찍어야지"(최인수, 66.수성4가)
"새누리당 찍어주면 뭐해 매일 찬밥인데. 이젠 구의원도 다 바꾸자"(이정현, 32.수성1가)


6.4지방선거를 엿새 앞둔 29일 대구 수성구 '마선거구(수성1~4가동)' 일대에서 만난 민심은 엇갈렸다. 50대 이상 장년층은 "동네 구의원도 여당"이라며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반면, 20-40대 젊은층은 "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른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해 상이한 표심을 보였다.

이 선거구는 한 곳에 모두 2명의 구의원을 뽑는 '2인 선거구'로 모두 3명의 후보가 뛰고 있다. 새누리당 홍경임(40) 후보는 이번 선거에 첫 출마하고, 같은 당 김진환(60) 후보는 유일한 현직 구의원으로 4선을 노린다. 무소속 차건호(47) 후보는 앞서 지방선거에서 2번의 고배를 마시고 초선에 도전한다. 

수성1가동 아파트 단지에 붙어 있는 새누리당 홍경임·김진환, 무소속 차건호 후보의 선거 벽보(2014.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1가동 아파트 단지에 붙어 있는 새누리당 홍경임·김진환, 무소속 차건호 후보의 선거 벽보(2014.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양의환(39.98%)·친박연합 김진환(35.07%) 후보가, 한나라당 이동윤(24.94%) 후보를 누르고 기초의원에 당선됐고,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 김진환·이동윤 후보가 열린우리당과 무소속 후보 2명을 물리치고 당선돼 강한 보수세를 보였다.

그러나 29일 수성동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 중 20-40대 젊은층은 여당보다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이며, 여전히 전통적인 보수세를 보이는 50대 이상 장년층과 엇갈린 표심을 나타냈다.

특히 젊은층은 "세월호 참사", "여당 인사들의 망말", "남부권 신공항", "안대희 총리 후보자 사퇴" 등 최근 이슈를 이유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전체에 대한 불신"을 보였지만, 50대 이상 장년층은 "이럴 때 일수록 박 대통령과 여당을 대구 사람이 지지해줘야 한다"며 "대구시장,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등 모두 여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해 위기 앞에 밀집되는 '보수 표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2010년과 2006년 수성구 '마선거구' 개표 결과 /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난 2010년과 2006년 수성구 '마선거구' 개표 결과 /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구은행역 앞에서 만난 강정보라(26)씨는 "최근 우리나라에 슬프고 화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박근혜 정부는 하나도 제대로 한 게 없다"며 "정부가 일을 못하니 구의원도 여당을 찍어주긴 싫다. 무소속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한기효(48)씨도 "수백명이 죽고, 관피아를 총리 후보로 올리고, 못된 말만 일삼는 정치인이 있는 한 새누리당한테는 한 표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성화성쌍용타운 일대에서 만난 권용종(35)씨는 "시장은 몰라도 구의원은 여당에 표를 줄 수 없다"며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했고, 염모(42)씨는 "신공항도 뺏기는 판에 대구에서 여당을 또 뽑아주면 바보가 아니겠냐"며 "무소속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강수민(48)씨도 "대구 사람이 잡아놓은 물고기처럼 맨날 새누리당을 뽑아주니 우리를 허수아비로 보는 것"이라며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뽑았지만 그 결과가 이거다. 구의원은 무소속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수성2.3가동 대구은행역 일대(2014.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2.3가동 대구은행역 일대(2014.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수성4가동(2014.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수성4가동(2014.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신세계아파트 일대에서 만난 구철기(58)씨는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뭘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욕만 한다"면서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여당을 뽑을 것이다. 그게 보수적인 것이고 그게 대구가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금난봉(71)씨도 "선거 때 1번을 찍어서 대구가 이렇게 잘 먹고 잘 사는 것 아니겠냐"며 "박 대통령이 일을 잘하도록 시장도 구의원도 다 1번을 찍겠다"고 했다.

태백시장에서 만난 장모(60)씨는 "세월호 사고가 정부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대구 사람들이 대통령과 여당을 더 지지해줘야 한다"며 "보수로 대동단결해서 아예 입도 못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점묘(52)씨는 "우리 아들, 딸이 자꾸 대통령하고 새누리당 욕만해서 오히려 더 1번을 찍기로 맘 먹었다"며 "대구를 이렇게 먹여 살린 게 누군데 욕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성1가동과 수성4가동 사이 상가 밀집지구(2014.5.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1가동과 수성4가동 사이 상가 밀집지구(2014.5.2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1~4가동은 북쪽으로는 달구벌대로, 동북쪽으로는 범어천, 서쪽으로는 신천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도시철도 2호선 대구은행역 역세권 형성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 학원, 은행 등 상업지구가 발달해 있고, 대구시교육청과 한국전력공사 등이 들어서 있다. 수성구의 전체적 발전으로 일반주택보다 아파트 단지가 훨씬 많으며, 3호선(수성시장역)이 지나쳐 더 많은 상가와 아파트가 밀집되고 있다. 옆 동네인 범어동의 땅값 상승으로 수성동 일대로 이사오는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수성1동을 가로지르는 도시철도 3호선의 공사 모습(2014.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1동을 가로지르는 도시철도 3호선의 공사 모습(2014.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새누리당 홍경임 후보는 계명대 일반대학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삼우전자통신 경영기획전무를 맡고 있다. 홍 후보는 "참신한 모습을 보이면 젊은층의 표심도 갖고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수성동의 새일꾼이 되겠다. 비판도 다 끌어안겠다"고 29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공약으로는 ▷신천변 진입로 정비 ▷안전지킴이 벨 설치 ▷매월 주민과의 만남 개최를 내세웠다. 

3선 구의원인 같은 당 김진환 후보는 경운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수성구의원과 바르게살기운동 수성구협의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수성동에서 3선을 지낸 경험을 주민들이 알아 줄 것"이라며 "실제 숨어 있는 보수 표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김 후보는 말했다. ▷수성1가 정비구역지정 ▷수성시장 활성화 방안 마련 ▷복지관 건립 추진 ▷노후주택 재건축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무소속 차건호 후보는 영남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매일신문사 사회부 기자를 거쳐 현재 호세기획 대표를 맡고 있다. ▷주민의정참여단 실시 ▷우리 집 앞 작은 도서관 신설 ▷1동네 1농촌 친구맺기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무소속 후보로 여당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성구의회의 소금이 되겠다. 정당을 넘어 줌주민만 바라보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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