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촛불은 촛불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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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환 시인 / 이제는 투사가 되어버린, 내 고향 성주 어느 참외 농사꾼 벗이 전해 준 말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경북 성주의 '사드 반대' 촛불집회(2016.8.7.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경북 성주의 '사드 반대' 촛불집회(2016.8.7.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시>
   평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촛불은 촛불을 부른다!
   -
이제는 투사가 되어버린, 내 고향 성주 어느 참외 농사꾼 벗이 전해 준 말 
        

                                 배창환(시인.성주문학회)
                                               

  촛불이 일어선다
  성밖숲 반딧불이 떼지어 이사 온 듯 곱다
 
  촛불 들고 있는 엄마 아빠, 형 누나가 너무 신기해서,
  사람 나무 빽빽한 군청 앞마당, 여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촛불 하나 들고 무슨 풍선 날리듯
  사람 나무 그늘 사이로 좋아라 쫓아다니는
  네 살박이 막내가 서럽고 서러워서
  어미 아비는 운다
  태풍 삼바 적 참외 하우스처럼 심장 부우–욱 찢어져 운다.
     
  타오르는 총총한, 총총한 불빛
  저 불, 어디서 오는가
 
  너희는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하라고
  아무리 일손 바빠도 들일 안 맡기고 싶던,
  그래도 주말이면 엄마 아빠 들일 도와주는 큰아이의
  착하고 깊은 눈빛 그늘에서 오고,
  어느 날 청천(晴天)에 날벼락으로 찾아온
  사드 소식에 기절초풍 놀란 어미의 가슴에서 터져오고,
  해가 이글거리는 대낮, 숨이 멎는 참외 하우스에 피죽 같은 땀 한바가지 쏟고 나오는 아비의 한숨에서 온다.
  혼령 되어 멀리 가신 이의 무덤조차 벌떡 일어나 불타는
  혼불, 혼불들
  모두 온다, 한 덩어리 되어
 
  사람들아, 우리는 살고 싶은 것이다
  이곳에서 사는 듯이 살고 싶은 것이다
  성주장터에 나와 벗들과 돼지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로 땀을 씻고
  한마을 이웃 마을 작목반 아낙들 형님 동생 모두 모여
  천연기념물 땅버들 성밖숲에 자리 깔고 앉아 시름을 잊고
  대처로 나간 아이들 손주들 맞이하는 기쁨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여기 오기까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평화가 무엇인지를
  그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상경 투쟁에, 사드 철회 10만 서명 받으러 쫓아다니고,
  8.15광복 기념일 성밖숲 집회에서 908분 성주군민이 삭발하기까지는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사람들을 힘없다고 무시하지 않는 것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 편히 밥 먹고 정을 나누는 자유이며, 권리란 것을,
  40여 일을 생계를 접어두고, 난민 아닌 난민 생활을 하면서 깨달았다
  성주-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민주주의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이곳은 지도상에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섬이었음을,
 
  하지만 우리는 나날이 감동으로 느끼고 있다
  촛불의 밤에 부르는 우리의 노래와 춤의 율동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대화의 창 무수히 열어 밤낮없이 토론하고, 푸른 평화 나비 만들어 가슴에 달아주고, 정크아트 꽃 만들어 거리에 꽂고
  앞날 걱정하며 다음 세대의 평화를 위해 이어가는 우리의 투쟁이
  얼마나 민주주의와 닮아 있는지를, 우리 모두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평화의 사람들인지를!
  농사 걱정 자식 걱정밖에 모르시던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군청으로, 성밖숲으로, 걸어가시는 그 힘이 어디에서 솟아나는지를, 
 
  깊은 강이 멀리 흐르듯
  우리는 모여서 깊어져 왔고,
  흘러서 평화의 바다로, 한걸음씩 가고 있다.
  외로운 싸움에 많이 지쳤고, 생계 걱정이 태산인 우리의 약한 틈새를 노려
  온갖 분열책과 기만책이 흉문처럼 떠돌고 있지만
  우리는 더 이상 어제의 우리가 아니며
  이 길은 이제 우리들만의 외로운 길이 아님을 알고 있다
  이 나라 고을, 고을마다 작은 촛불이 꽃밭처럼 켜질 때
  평화의 바다로 가는 이 거센 물줄기를 누가 막을 것인가
 
  우리는 한마음 첫 마음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다
  - 사드 배치 졸속 결정 철회하고 재검토해야 한다!
  이 땅의 미래와 평화를 위하여, 뜻을 더 모으고
  이 나라의 주인들, 국민 모두에게 갈 길을 물어야 한다!
   
  보라,
  촛불이 일어선다.
  성밖숲 반딧불이 떼지어 이사 온 듯 고운 불,
  우리들 심장에서 꺼내든 따스한 사랑의 불,
  한 사람 한 사람의 빛나는 별이 되어
 
  촛불은 촛불을 부른다! 
 
  그날까지, 우리는 우리의 촛불을 끄지 않을 것이다!






 [기고]
 배창환 / 시인. 성주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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