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지율'보다 낮은 TK 민주당 후보 득표율, 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즈음 TK '문 지지율' 35~40%, 후보 득표율은 대부분 20~30%대
"지역주의·정당일체감·견제심리·보수결집...내부적 문제도"


대구 '수성갑'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는 4.15총선 전날 신매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정권을 용서하지 않겠다. 심판하셔야 한다"며 "문재인 심판"을 외쳤고, '수성을' 무소속 홍준표 후보는 유세차량에 "타도 문재인"을 내걸었다. 이들을 비롯해 대구의 '보수' 후보들은 총선 내내 '문재인 심판'을 내세웠고 '보수 싹쓸이'를 이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문재인 정권의 '성과'와 '성공'으로 맞섰으나 모두 낙선했다. 16년 만에 대구경북 25곳 모든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득표율 30%를 넘은 후보는 전체 25명 중 대구 4명과 경북 4명을 포함한 8명에 그쳤다. 그나마 '수성갑' 김부겸 후보가 39.29%를 기록했을 뿐 40%를 넘은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제21대 총선 대구지역 득표율 /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1대 총선 대구지역 득표율 /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총선이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고 역대 총선에서도 대부분 '정권 심판'과 '정권 성공'으로 여야가 맞섰다. 그런데 이번 4.15총선에서 전국과 대구경북의 선거 결과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국은 여당인 민주당이 '비례' 포함 180석을 차지한 반면 대구경북은 야당인 미래통합당(24명)과 '통합당 복귀'를 공언한 무소속(1명,홍준표)이 25석을 모두 가져갔다.

대구경북 뿐 아니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도 '문재인 심판'은 야당의 주요 구호였다. 그 구호가 대구경북에서만 효과를 냈을까? 그러나 총선 즈음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대구경북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울보다 높았다.

TK 문 대통령 지지율 40.7%→35.2%→37.3%→43.4%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매주 월요일 발표하는 '주간집계' 결과, 대구경북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35%에서 40%대를 기록했다. 선거운동 개시일(4.2) 직전인 3월 4주 조사(3.23~27조사) 당시 대구경북의 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40.7%(전국 52.6%)였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 1주 조사(3.30~4.3)에서는 35.2%(전국 53.7%), 4월 2주 조사(4.6~10)는 37.3%(전국 54.4%)였다. 그리고 총선 투표일(4.15)이 포함된 4월 3주 조사(4월 13~14,16~17일 조사)에서는 43.4%(전국 58.3%)로 올랐다.

총선 선거운동 직전부터 투표일까지 4주간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대구경북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7%(3월 4주)→35.2%(4월1주)→37.3%(4월2주)→43.4%(4월3주)였다. 적어도 35%에서 40%를 넘는 지지율이었다.

리얼미터 4월 3주 주간집계(4.13발표) / 2020년 4월 13~14일, 16~17일(4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30명 조사. 무선(80%)·유선(20%) 임의걸기(RDD) 전화면접(CATI)·자동응답(ARS) 혼용.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1.9%p.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리얼미터 4월 3주 주간집계(4.13발표) / 2020년 4월 13~14일, 16~17일(4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30명 조사. 무선(80%)·유선(20%) 임의걸기(RDD) 전화면접(CATI)·자동응답(ARS) 혼용.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1.9%p.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자료. 리얼미터
자료. 리얼미터

그런데 대구경북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문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지 못했다.
'수성갑' 김부겸(39.29%), '구미을' 김현권(35.69%) 후보만 35%를 넘었고 '포항남울릉' 허대만(34.81), '북구을' 홍의락(33.54%) 후보까지 더해 전체 25명 중 4명만 30%대 중반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구미갑' 김철호(31.58%), '포항북' 오중기(31.38%), '중남구' 이재용(31.01%), '동구을' 이승천(30.54%) 후보는 30%대에 턱걸이했다. '달서구을'처럼 진보정당 득표율까지 더하면 30%를 넘는 후보(허소 28.06%, 정의당 한민정 3.32%)도 있었으나 나머지는 대부분 20%대에 머물렀다.
 
대구경북 여당 후보 득표율이 문 대통령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진보정당이나 무소속 출마에 따른 '선거구도'의 차이는 있으나, 적어도 '문재인 심판'이나 '반문(反文) 정서'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짜뉴스, 코로나19, 정당 일체감"

때문에 'TK 보수'나 '지역주의'라는 말도 뒤따른다. 실제로 평화뉴스가 '총선 민심 르포'로 대구 5곳(동구을·북구갑·북구을·수성갑·달성군)의 유권자들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우리는 보수", "통합당 공천자", "대구는 보수", "민주당은 싫어서"라며 보수 지지성향을 강하게 보였다. 심지어 후보 이름도 모르면서 "통합당 지지"라고 밝힌 유권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코로나19 대처 같은 구체적인 비판 없이 "문재인, 민주당은 북한에 퍼주기만 한다"는 식의 가짜뉴스나 막연한 거부감도 있었다.

총선 패배를 인정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김부겸 후보(2020.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총선 패배를 인정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김부겸 후보(2020.4.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에 출마했던 민주당 후보들의 생각은 어떨까?

민주당 A후보는 '가짜뉴스', '코로나19', '정당 일체감' 등 3가지 원인을 꼽았다. "민주당 찍으면 사회주의 개헌한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엄청나게 퍼졌고,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겪은 대구에서 그 책임을 정부 여당에 돌리는 유권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당 일체감'에 대해 "옛 공화당 시절부터 민정당·한나라당·새누리당을 거쳐 지금 통합당까지, 자신을 보수정당과 하나로 보는 일체감이 여전히 강한 것 같다"며 "결국 이런 정서가 대구에서 민주당 30%벽을 어렵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높은 투표율...'지역주의, 견제 심리, 보수 결집"

대구 민주당 B후보도 '지역주의'와 '정당 일체감'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솔직히 무슨 정책이나 정권에 대한 평가보다 '우리가 남이 아니다', '우리라도 지켜야 한다'는 식의 정당 일체감과 지역주의가 강하게 있는 것 같았다"며 "다른 지역과 너무 다른 민심에 대해 민주당의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민주당 C후보는 '견제 심리'와 '보수 결집'으로 설명했다. 그는 "대구 투표율이 이렇게 놓은 것은 문재인과 민주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커지면서 보수층이 결집했기 때문"이라며 "공약이나 정책, 인물론이 잘 먹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는 2010년대 치러진 큰 선거 7번 중 5번에서 투표율 '꼴찌'나 '꼴찌 앞'의 전국 최저 수준을 보였으나, 이번 4.15총선에서는 67.0%로 전국 7위로 올라섰을 뿐 아니라 2010년대 총선·지방선거 중 '최고'를 기록했다. 

4.15총선 전국 투표율 / 자료. 중앙선관위
4.15총선 전국 투표율 / 자료. 중앙선관위

대구의 '현실'과 민주당의 '준비'

민주당 후보의 선거를 도운 참모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대구 민주당의 한 선거관계자는 이 같은 '지역주의', '정당 일체감'과 함께 '내부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모든 후보들이 정말 열심히 했지만, 그 후보들이 얼마나 준비된 후보였는지, 대구 민주당이 공동공약이나 정책으로 알차게 대처했는지, 후보 개개인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맡겨둔 건 아닌지 돌아볼 문제"라며 "아무리 보수적인 대구지만, 여당 후보가 대통령 지지율에도 못미치는 득표율에 그친 점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선거관계자는 '변화된 지역주의'와 '여당 견제심리'를 꼽았다. 그는 "대구의 지역주의는 분명히 있고, 강하다"면서 "다만 예전의 지역주의가 지연·학연·혈연 혹은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면, 지금은 '우리 지역'이나 '우리 정당' 같은 정치적 지역주의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기간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우세한 판세가 잇따르고 '유시민 180석' 발언까지 나오면서 대구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러다 민주당이 싹쓸이할라', '대구라도 막아야지' 같은 견제 심리가 높은 투표율과 보수결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거관계자는 "지난 4년이나 2년, 혹은 예비후보부터 몇 달을 준비한 후보나 한 달도 안된 후보나 똑같이 20%대 득표율이라는 건 설명이 잘 안된다"며 "그냥 출마해도 20%, 아무리 해도 28%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대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후보들이 '정당'보다 '인물론'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몇몇을 제외하면 설득력이 떨어진 곳도 있었다"며 "대구 정서의 현실을 인정하고 민주당과 후보들이 더 많이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