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진골목식당은 2020년 11월 25일자로 문을 닫습니다. 그 동안 애용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00년 가옥'에서 장사를 했던 대구 '진골목식당'이 코로나19를 버티지 못하고 3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지난 25일 마지막 영업일. 오후 9시 폐업 시간을 앞두고 찾은 식당에는 집기를 정리하는 장복임(64) 진골목식당 사장과 종업원을 포함해 단골손님들이 있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붉은 벽돌, 늙은 호박, 백년 나무 고택 옆에 폐업을 알리는 큰 현수막이 붙었다. 손님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다.
유력 정치인을 포함해 역대 대구시장들, 저명한 인사들이 찾는 단골식당으로 진골목의 다른 오래된 점포들과 함께 대구지역 골목식당 상징이 됐다. 대구시가 선정한 10미(味) 식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백종원의 3대 천왕'과 '수요미식회'라는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될 정도로 저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면서 결국 30여년 만에 가게를 접게 됐다.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연초 몇 달간 휴업한 뒤 재개장했지만 코로나19를 버티지 못했다.
장복임 사장은 "매출이 80% 떨어져 장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버틸 수 있으면 더 버텨 보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질 기미도 안보이고 건강도 나빠져 폐업을 결정했다"고일 밝혔다.
그는 "30년 단골들이 헛걸음 할까봐 이제 영업하지 않는다고 마지막 전화를 돌렸다"면서 "손님들이 '더 해보지', '버텨보지'라는 말을 하는데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동안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가게뿐 아니라 골목길 상권이 정말 많이 죽었고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죽어나고 있다"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나갈 수 있게 어떤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단골들에게 다 알리지 못했는데 이 기사를 보고 헛걸음 안하셨으면 좋겠다"며 "다들 고마웠다"고 전했다.
식당 폐업으로 진골목식당 종업원도 직장을 잃었다. 종업원 A(60대 여성)씨는 "일한 지 2주 됐는데 또 어디서 일자리를 구해야 할 지 막막하다"며 "실직해도 따로 취업할 길도 없어서 큰 일"이라고 말했다.
진골목식당 같은 코로나19 폐업 사례는 지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대구 자영업자 현황을 보면, 대구 코로나19 확진자 발생(2월 18일) 전인 1월에는 28만3,000여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사태 발생 후 3월에는 28만명으로 1개월만에 8천여명 줄었다. 4월에는 27만8천여명, 5월에는 27만4천여명, 6월에는 27만여명으로 감소해 월평균 자영업자 4천여명이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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