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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드러낸 '무방비 도시' 대구의 민낯
뭉개다 비판·의혹 제기하면 "억울·덤벼라"...'텃밭' 돕자는데 "현금 살포"라는 집 주인들
일 터지면 그때 뿐, 시스템·장비 구축 언제?...콜센터·장애인 더 낮은 곳으로 가는 질병
2020년 04월 20일 (월) 20:02:32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2020년 2월 18일 '대구 31번 확진환자' 발생 현재까지 대구시는 실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0시 기준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코로나19 감염병에 걸린 국내 확진자는 9,583명이다. 이 가운데 70%인 6,610명이 대구 확진자다. 숨진 152명 중 70%에 이르는 106명이 대구 사망자다. 코로나가 대구에 넘어오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사태는 커졌고 환자는 늘어났다. 자고 일어나면 수 백명씩 무더기로 늘었다. 대구 31번 발생 후 한국은 말 그대로 코로나 감염병과 사투 중이다. 일상은 바뀌었다. 

   
▲ 권영진 대구시장이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답변 중이다(2020.2.26) / 사진.대구시

전장의 최전선에는 대구시가 섰다. 하지만 지역 확진자 발생 후 대구시는 매일 다양한 방식과 여러 형태로 실패 중이다. '보수정당' 출신 과거 시장들보다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권영진 대구시장을 향한 평가는 최근 한 달 동안 극단을 치닫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권영진 파면' 글이 올라온 뒤 현재까지 13만명이 동의를 한 반면 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올랐다는 결과가 나왔다. 왜일까.

권 시장은 코로나 정례 브리핑에서 매일 상황을 보고했다. 250만명 시민이 아닌 5,000만명 국민에게 실시간 평가 당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 스스로의 평가와 밖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한 달간 의료진들의 헌신, 시민들의 나눔과 봉사 '미담 보도'가 넘쳐나도 대구를 향한 안팎의 온도차는 크다. 

대구의 '입' 권 시장이 척도다. 한 달간 권 시장은 브리핑룸에서 상황이 어렵다고 말 하다가 마지막에는 정부에 예산, 인력, 장비를 달라는 이른바 '기·승·전·요구' 브리핑을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제적으로 "하겠다"고 할 때 권 시장은 "주세요" 화법을 고수한다. 감염병 사태 컨트롤타워인 '시장님'이 지방자치에 역행해 역할과 위치를 낮춰 정부에 매달리는 모양새다.

   
▲ 권영진 대구시장이 본인 페이스북에 쓴 게시글(2020.3.11) 캡쳐
   
▲ 권영진 대구시장 파면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여기에 대구 미혼 여성 노동자 주거시설인 한마음아파트 확진자 대거 발생에 대한 뭉개기, 발표 미루기, 늑장대응이 알려지면서 밖에서 비판은 커졌다. 또 확진자가 몰린 대구 신천지교인들에 대한 온정적 대처도 뒷말의 원인이 됐다. 브리핑룸에서 이를 따져 묻는 기자들에게 날선 반응을 보이더니 SNS에 "마음껏 덤벼라" 같은 글을 올렸다. 의혹과 비판에 대해 "정치적 공격"이라고 선을 그었다.

급기야 권 시장은 저소득층 코로나19 피해 긴급생계자금 지급 방식·시기에 대한 민주당 시의원 질의를 못참고 임시회 중 퇴장했다. 4.15총선 후 돈을 풀겠다는 권 시장 브리핑이 화근이었다. 다음 날에는 해당 시의원 질의에 몸을 휘청이더니 어지럼증을 보이며 과로를 이유로 병원에 사흘간 입원했다.

   
▲ 동산병원 계약직 '해고 반대' 정의당 대구시당 기자회견(2020.4.1) / 사진.정의당 대구시당
   
▲ 대구 코웨이 코디 노동자들 대구시청 앞 1인 시위(2020.3.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장이 입원한 동안 지역 한 정신병원에서만 추가 확진자가 75명 발생했다. 한 50대 남성은 코로나19 생활고를 겪는다며 수성구 황금네거리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코웨이 코디 여성 노동자들은 영업 압박 속에 대구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지역 코디들 중 일부가 확진자로 밝혀졌음에도 사측이 영업을 재개한 탓이다. 한달 마스크 구입비 12,000원 고작 마스크 4장 살 돈만 지급 받고 월 평균 200가구를 돌아야 하는 코디 노동자들은 불안 속에 권 시장을 찾고 있다.
 
이처럼 감염병은 더 낮은 곳으로 흐르고 있다. 장애인 집단 거주시설, 정신병원, 콜센터 여성노동자, 여성 노동자 주택. 감염병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코로나가 그린 대구의 지도는 그렇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불행을 줄이는 게 대구시의 역할이었다. 

안전망의 작은 틈을 뚫고 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어디가 틈인지 확인하고 어쩔 수 없이 확산될 경우에는 대안을 찾아 틈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시간을 벌고 결국엔 틈을 막는 게 행정력과 정치력이다. 대구시는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전문가 그룹 지도 아래 행정적 권한을 갖고 시스템을 갖춰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아야 했었다. 전례 없는 펜데믹이 대구시의 변명이 될 수 없다. 이미 대구시는 5년 전 메르스 때도 비슷한 홍역을 치렀다. 그럼에도 5년의 시간을 허비했다. 분명 그때도 시장은 같았다. 

   
▲ "숨 넘어간다. 돈 좀 달라" 대구시청 앞 대구시민 1인 시위(2020.3.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의 정치적 집주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의 정치력도 한숨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텃밭에 추경을 내려보자는 정부에 "현금 살포는 안된다"고 막아섰다.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황당한 이유였다. 비난이 거세자 반대를 거둬들였지만 주민들 먹고사니즘과 생사보다 정치적 손익을 계산한 것에 황망했다.
 
이처럼 대구지역 행정력과 정치력은 코로나 앞에 실력의 부재를 드러냈다. 현장에서 본 질병관리본부와 지역 의료진들의 빠른 대처와 전문성과 비교해보면 더 씁쓸해진다. 이는 단지 시장 한 사람, 국회의원 한 명이 아니라 대구시가 쌓아온 전반적인 행정·정치 '세력'의 실패로 보인다. 시민들의 봉사와  나눔, 인내 그리고 의료진들의 헌신과 희생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이 터지면 그때 뿐 또 다시 시스템과 인력, 장비 구축에 실패한다면 메르스→코로나→OOO 그 다음은 안전할까.

이 글은 2020년 3월 29일 기준으로 작성돼 '대구참여연대' 소식지 <함께 꾸는 꿈> 124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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