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 '대구 31번 확진환자' 발생 현재까지 대구시는 실패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0시 기준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코로나19 감염병에 걸린 국내 확진자는 9,583명이다. 이 가운데 70%인 6,610명이 대구 확진자다. 숨진 152명 중 70%에 이르는 106명이 대구 사망자다. 코로나가 대구에 넘어오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사태는 커졌고 환자는 늘어났다. 자고 일어나면 수 백명씩 무더기로 늘었다. 대구 31번 발생 후 한국은 말 그대로 코로나 감염병과 사투 중이다. 일상은 바뀌었다.
권 시장은 코로나 정례 브리핑에서 매일 상황을 보고했다. 250만명 시민이 아닌 5,000만명 국민에게 실시간 평가 당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 스스로의 평가와 밖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한 달간 의료진들의 헌신, 시민들의 나눔과 봉사 '미담 보도'가 넘쳐나도 대구를 향한 안팎의 온도차는 크다.
대구의 '입' 권 시장이 척도다. 한 달간 권 시장은 브리핑룸에서 상황이 어렵다고 말 하다가 마지막에는 정부에 예산, 인력, 장비를 달라는 이른바 '기·승·전·요구' 브리핑을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제적으로 "하겠다"고 할 때 권 시장은 "주세요" 화법을 고수한다. 감염병 사태 컨트롤타워인 '시장님'이 지방자치에 역행해 역할과 위치를 낮춰 정부에 매달리는 모양새다.
급기야 권 시장은 저소득층 코로나19 피해 긴급생계자금 지급 방식·시기에 대한 민주당 시의원 질의를 못참고 임시회 중 퇴장했다. 4.15총선 후 돈을 풀겠다는 권 시장 브리핑이 화근이었다. 다음 날에는 해당 시의원 질의에 몸을 휘청이더니 어지럼증을 보이며 과로를 이유로 병원에 사흘간 입원했다.
이처럼 감염병은 더 낮은 곳으로 흐르고 있다. 장애인 집단 거주시설, 정신병원, 콜센터 여성노동자, 여성 노동자 주택. 감염병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코로나가 그린 대구의 지도는 그렇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불행을 줄이는 게 대구시의 역할이었다.
안전망의 작은 틈을 뚫고 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어디가 틈인지 확인하고 어쩔 수 없이 확산될 경우에는 대안을 찾아 틈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시간을 벌고 결국엔 틈을 막는 게 행정력과 정치력이다. 대구시는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전문가 그룹 지도 아래 행정적 권한을 갖고 시스템을 갖춰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아야 했었다. 전례 없는 펜데믹이 대구시의 변명이 될 수 없다. 이미 대구시는 5년 전 메르스 때도 비슷한 홍역을 치렀다. 그럼에도 5년의 시간을 허비했다. 분명 그때도 시장은 같았다.
이처럼 대구지역 행정력과 정치력은 코로나 앞에 실력의 부재를 드러냈다. 현장에서 본 질병관리본부와 지역 의료진들의 빠른 대처와 전문성과 비교해보면 더 씁쓸해진다. 이는 단지 시장 한 사람, 국회의원 한 명이 아니라 대구시가 쌓아온 전반적인 행정·정치 '세력'의 실패로 보인다. 시민들의 봉사와 나눔, 인내 그리고 의료진들의 헌신과 희생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이 터지면 그때 뿐 또 다시 시스템과 인력, 장비 구축에 실패한다면 메르스→코로나→OOO 그 다음은 안전할까.
이 글은 2020년 3월 29일 기준으로 작성돼 '대구참여연대' 소식지 <함께 꾸는 꿈> 124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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