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정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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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칼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에는 활짝 웃는 후보들의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언론은 연일 대선후보들을 주요뉴스로 다루고 있다. 여당을 맡았건 야당을 맡았건 취재기자들은 매우 바쁠 것이다. 경쟁사보다 먼저 보도하기 위해, 또는 낙종을 방지하기 위해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직·간접 취재와 자료수집하고 핵심을 찾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보완하며 기사화하는 데에 정신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자는 사심없이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다.

 나도 오랜 기간 기자를 했다. 뜸하지만 아직도 가슴 졸여가며 기사쓰는 꿈을 꿀 정도로 기자에 대해 애정을 갖고있는 모양이다. 신문사 퇴직후에도 관련공부를 하면서 관련학과 강사도 했으니 기자라는 직업이 남의 직업 같지가 않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보면서 신문들이 왜 이런가 하고 느낄 때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신문도 많으나 그러한 신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에 더욱 눈에 띄는 것같다.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는 언론의 기능 중 하나가 여론형성기능인데, 언론은 지금 불편부당한 마음가짐으로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있게 “예”라고 말할 수 있는가. 국민이 알고싶어 하는 것, 알아야 하는 것을 편향 또는 왜곡 없이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있게 응답할 수 있는가. 권력의 감시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현재의 권력만 감시하고 있지는 않는지, 미래의 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은 가동하고 있는지, 치우침 없이 언론본연의 원칙을 준수하며 동일한 잣대로 공평하게 감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는가. 후보에 대한 검증작업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혹을 제시하면 검증은 하는지, 당이나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개입하지는 않는지, 의혹의 내용을 따옴표에 넣어서 검증책임을 회피하며 객관주의 저널리즘 인양 치장하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해 소신있게 답할 수 있는가.

 건국 이래 가장 풍요로운 언론자유를 향유하고 있는 현금에, 나는 언론이 언론에게 주어진 제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이 사회가 언론에게 할당한 언론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 원인은 독재권력의 언론탄압 또는 언론통제 때문이 아니라 단지 언론사 또는 기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가 지난 2월8일 <제20대 대선보도 점검>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대선보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춘식 교수(한국외대)는 ‘대통령선거 보도,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및 민주주의 기능의 상실’이란 제목으로 민주화 이후 대통령선거보도의 관행, 보도관행이 저널리즘에 던지는 함의, 2022년 대선보도의 특징과 이에 대한 평가, 민주주의 정치과정과 저널리즘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투브 <'대선과 언론' 연속기획 세미자(1차) : 제20대 대선 보도 점검> 영상 캡처
사진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투브 <'대선과 언론' 연속기획 세미자(1차) : 제20대 대선 보도 점검> 영상 캡처

 김 교수는 이번 대선보도의 특징을 이렇게 분석했다. 전략프레임에 입각한 선거과정 묘사, 여론조사에 의존한 경마저널리즘, 사회갈등에 높은 뉴스가치 부여, SNS콘텐츠를 주요 취재원으로 인용 등이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선거보도를 이렇게 평가했다. 정책검증보도의 실종, 여론조사 뉴스를 통한 여론형성과정 왜곡, 정치적 냉소주의 부추김, 사회갈등 조장 및 혐오감정을 저널리즘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 등이다. 한편으로 김 교수는 전통언론들의 정책검증보도가 실종된 반면 ‘삼프로가 묻고 정책이 답하다’와 같은 유튜브 동영상 플랫폼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검증 보도의 실종 등 저널리즘 원칙이 준수되지 않으면 결국 민주주의 기능마저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깊이 반추할 부분이다.   
 
 당파를 떠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진실한 정보를 전달해야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는 언론사 기자들이 당파성에 휩쓸리는 점은 숙고해야할 문제이다. 미리 정해둔 프레임에 넣기 위해 교묘한 논리를 전개하여 편향된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 정직한 기자가 할 일은 아니다. 어느 후보의 언행도 예단해서는 안되지만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증빙근거를 중심으로 정직하게 감별하여 밝혀야 한다.  

 대통령 후보는 당선되면 대통령이 되어 대통령의 업무를 수행할 사람이다. 그러므로 대통령 업무를 수행할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 검증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언론의 몫이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후보토론회를 갖는 것도 그 이유이다. 정직하다면 검증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자질 검증을 ‘정권교체-정권유지’ 프레임으로 대체한다. 여기에 익숙하면 둔감할 수도 있겠으나 기자로서 원칙을 생각하면 잘못됐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자는 정직하게 살펴야 한다. 기자는 누구보다도 정직해야 한다. 수많은 독자가 보고 있다. 언제 기자가 정권의 하수인이었던가. 그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자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않는가. 불의를 보면서 가만히 있는 것도 정직하지 못한 편에 속한다. 정직은 진실과도 상통한다.

 다음은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 매기 갤러거(Maggie Gallagher)의 말이다(저널리즘의 기본요소(2003) 138쪽). 미국의 한 여기자의 말이더라도 이 같은 다짐은 한국언론의 발전을 위해서 기자들이 되새길 만하다.

 "나는 내가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유영철 칼럼 30]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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