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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기자다워야 한다.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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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칼럼]

 요즘 젊은 기자들은 헷갈릴 것 같다. 기자로 앵커로 언론활동을 하다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전파가 소멸되기도 전에) 어느 당에 들어간 사람들, 국회의원이 되고 대변인이 되어 기자 아닌 모습으로 나타난 기자출신(또는 아나운서 출신 포함해서) 그 사람들, 의연하다거나 차분하다거나 하는 평소 평정심은 온데간데 없고 빠른 적응으로 대번에 삿대질에 고함에 피케팅에 농성에 기성정치인보다 열 몫 더하는 사람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기자들은 기자에 대해 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신문사 방송사 언론사 선배라는 사람이 언론관련 장 자리에 내려와 언론을 개악하고, 정권옹호 정권유지를 위해 기자의 상식을 벗어난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이내 목적을 성취하고, 야당의 탄핵 직전에 사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나 사실 기자들도 다 알 것이다. 어떤 부류들이 정치판에 기웃거리는지, 행동거지가 어떠한지를. 

 과거에도 그런 예가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래서 기자 오소백(1921-2008)은 『기자가 되려면』(1978년 세문사: 오소백은 당초 1953년엔 『신문기자가 되려면』이라는 기자입문서를 출간했다. 25년 뒤인 1978년엔 이를 보완해 이 제목으로 수정 출간했다)이라는 저서에서 ‘기자의 바른 길’을 이렇게 강조했다.

"기자를 발판으로 국회의원이며 관계진출을 노린다는 건 큰 잘못이다. … 바람직한 게 못되며 바른 길도 아니다. …(기자는) 어떻게든 사회를 개선하려는 열의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32쪽) …출세를 바라는 사람은… 아예 기자생활에 발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평민으로 서민으로 만족할 사람만이 기자의 직업을 택해야 한다(37쪽)"

  ‘영원한 사회부장’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신문사(한국일보 등) 사회부장으로 유명했던 오소백은 50년대 ~ 70년대 당시 시국하에서, 기자와 관련된 저술이 전무한 상황에서 - 일부 무리한 논리적 서술도 있긴하나 - 이같은 역작은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사실 기자는, 옳은 기자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직업이다. 기자가 긍지를 가지려면 그만큼 뒷받침이 돼야 한다. 오소백은 이렇게 단언한다.

“올바른 신문은 어떤 부정이나 악과도 타협해서는 안된다. 참다운 신문인은 금력이나 권력의 꼭두각시가 되어선 안된다. 관권에 아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정당의 선동주의자들에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정치가 1천명의 부패보다 한 사람의 신문인의 부패가 더 무섭다는 것을 투철히 인식해야 한다. … 바른 언론인은 끝내 평민적인 자세를 지녀야 하며 영원히 야적(野的)이어야 한다.”(위의 책, 11-12쪽)

오소백의 원론적인 기자관(언론관)은 시대가 바뀐다고 바뀌는 게 아니라 언제나 기자직이 존재하는 한 기자들이 명심해야 할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방송 언론의 역사, 기자의 역사를 반추해보면 현재 세계언론자유지수가 세계 62위(국경없는기자회 지난 5월 3일 발표: 연합뉴스 보도)로 작년 47위에서 크게 하락했다 하더라도 – 하락했더라도 괜찮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 과거에 비해 얼마나 많은 자유언론을 향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이승만 정권하, 박정희 정권하의 언론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진 출처. JTBC 뉴스 / '한국 언론자유' 곤두박질…"명예훼손 기소 위협 받고 있다"(2024.5.3) 방송 캡처
사진 출처. JTBC 뉴스 / '한국 언론자유' 곤두박질…"명예훼손 기소 위협 받고 있다"(2024.5.3) 방송 캡처
사진 출처. JTBC 뉴스 / '한국 언론자유' 곤두박질…"명예훼손 기소 위협 받고 있다"(2024.5.3) 방송 캡처
사진 출처. JTBC 뉴스 / '한국 언론자유' 곤두박질…"명예훼손 기소 위협 받고 있다"(2024.5.3) 방송 캡처

기자 이상우의 『한국신문의 내막 –상업주의신문의 정체』(1969년 삼성사)를 보면 우리의 언론이 얼마나 권력에 결탁했는지 독자를 속여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기에 비해 현재 언론자유지수가 15계단 정도 내려갔을 뿐이며, 앞으로 언젠가는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것이기에 절망적인 상태는 아닐 것이다.   

 오랜 기자를 해온 나는 아직도 신문기자인 줄 착각할 때가 많다. 최근에도 신문에 칼럼을 쓰곤 했으므로 현역은 아니더라도 그 착각이 망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위안한다. 대졸후 바로 입사하여 50대초반까지 기자라는 직업에 종사했고 그 후에도 관련 공부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기자’라고 규정해온 나는 지금도 기자라는 안목이나 테두리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신문칼럼을 하나 써도 기자(또는 언론) 관련 주제가 자연스레 나오고 있는 편이다. 기자는 퇴직 후에도 기자로 살아야하는 운명인가보다. 아무도 오라는 곳 없고 갈 곳도 없는 퇴직기자이긴 하나 그래도 기자였음을 한 편에 간직하고 사는 것 같다. 

 그런데 기자는 어디에도 기웃거리지 않는 기자여야 한다. 기자가 사다리가 되어선 안된다. 징검다리가 되어선 안된다. 대통령실이나 정부 등 권력기관에 얹혀서 갖은 능력을 발휘하는 꼴도 그가 그 이전에 기자가 아니었다면 모르나 기자였기에 그래서는 절대 안되는 것에 속한다. 비록 기자가 퇴직하고 그런 자리에 갔더라도 기자에게 용납될 수 없는 악을 저지른 것이 된다. 기자를 기만하고 언론을 왜곡하고 정권에 언론을 상납하는 행위이다. 후배기자들의 앞날에 오물을 살포한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이다.

 지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나온 기자 출신 이모씨가 비난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을 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언론 창달? 언론 발전?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오래전에 기자의 길에서 벗어난 것같다. 

 기자는 기자여야 한다. 기자는 기자다워야 한다. 끝까지.   

[유영철 칼럼 34]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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