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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아픈 임진각 철책에서, 청년들에게 '통일'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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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오두산전망대·임진각 답사기
"분단이 당연시되는 세대...평화의 길로 나아갔으면"


지난 11월 2일 오전 8시 55분경,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북방한계선) 이남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었다. 남한도 NLL 이북 공해로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자 철원 평화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 등 여러 전망대가 긴급 폐쇄됐다.

남북의 긴장감이 팽팽해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남대학교 재학생들은 그 다음주 11월 11일, 이른 새벽부터 파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참가자 모두가 졸린 눈을 비비곤 있었지만 들뜬 표정이었다. 대구를 떠나 북한 접경지역을 답사하는 것이 이유였다. 영남대학교 통일문제연구소·정치외교학과(소장 겸 학과장 박주원)의 ‘2022년 2학기 대학생을 위한 통일특강 현장학습’이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임진각 등 경기도 파주에 있는 '분단·통일' 현장이었다.
 
'개성까지 22km' 임진각 표지판(2022.11.11. 임진각)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개성까지 22km' 임진각 표지판(2022.11.11. 임진각)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대구에서 4시간을 달려 파주 자유로에 들어섰다. 자유로에서 보이는 한강은 서울에서 보이는 한강과 사뭇 달랐다. 서울에서 한강은 ‘삶의 휴식처’였으나 파주에서 한강은 ‘접근금지구역’이었다. 한강과 나란히 이어지는 철책과 촘촘하게 서 있는 초소들이 북한 접경지역임을 실감하게 하는 요소였다.

오두산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외로이 서 있다. 오두산 정상에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제례를 지내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제문 읽는 소리, 위패를 모시며 아버지를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재외동포 실향민들이 고국을 찾아,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생사조차 가늠할 길 없는 가족과 친지들을 향해 제례를 지내고 있었다. 저 가까이 고향 땅이 보이는데도 마음껏 오가지 못하는 이 상황이 얼마나 한탄스러울까.
 
재외동포 실향민들의 제례(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재외동포 실향민들의 제례(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실향민들의 가족사진을 전시해 놓은 모습(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2층 전시실)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실향민들의 가족사진을 전시해 놓은 모습(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2층 전시실)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오두산 전망대 가장 위층에서 바라보면 발아래에 김포와 개성이 있고, 애기봉과 문수산 너머로 강화도와 연백평야가 보인다. 서해와 한강에서 들어오는 시원한 개방감은 덤이다. 개성은 마치 오두산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위치에 있었다. “과거 두 강이 얼었을 때 파주와 개성 사이를 걸어서 왕래했다”는 김두현(54) 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의 해설이 납득됐다. 망원경으로 본 개성은 낡은 초가집, 허름한 아파트들, 소학교 건물, 논밭들이 군사 초소와 어우러져 이질감을 줬다.

전망대에서 북한을 바라본 학생들은 “북한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현장학습에 참가한 영남대학교 재학생들이 망원경으로 개성을 보고 있다(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현장학습에 참가한 영남대학교 재학생들이 망원경으로 개성을 보고 있다(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시(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시(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정세현(영남대 정치외교학과 22학번) 씨는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진 북한을 파주에서 직접 보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교류 단절로 인해 북한 주민의 삶을 알 수 없었는데,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임진각에서는 ‘임진각 평화곤돌라’를 타고 민간인통제선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임진각 평화곤돌라는 민간인통제선 구간을 오가는 세계 유일의 곤돌라다. 임진각을 가로지르며 민통선 내 DMZ 스테이션으로 가는 길, 붉은 바탕에 ‘지뢰’라고 크게 쓰인 표지판이 멀리서 보였다. 이곳에 지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민간인통제선 내로 들어갈 수 있는 임진각 평화곤돌라(2022.11.11. 임진각)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민간인통제선 내로 들어갈 수 있는 임진각 평화곤돌라(2022.11.11. 임진각)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잃어버린 30년, 고향잃은 이 신세를 그리워하며 얼마나 울었던가요'...먕향의 노래비 앞 김두현 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의 해설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잃어버린 30년, 고향잃은 이 신세를 그리워하며 얼마나 울었던가요'...먕향의 노래비 앞 김두현 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의 해설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참가 학생 중 일부는 “매설된 지뢰가 떠밀려오면 어떡하냐”, “또다시 남북간 전쟁이 일어나면 지뢰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윤효경(영남대 정치외교학과 21학번) 씨는 “현대 기술력으로도 지뢰를 다 못 치운 것이 놀라웠다”면서 “매설된 지뢰가 홍수나 산사태에 떠밀려와 피해자가 종종 생겼다는 사실을 듣고, 전쟁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체감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임진각전망대를 둘러보는 현장학습 참가자들(2022.11.11. 임진각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임진각전망대를 둘러보는 현장학습 참가자들(2022.11.11. 임진각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북한지형도(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북한지형도(2022.11.11. 오두산 통일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이념 차이로 남북한이 서로 상처를 주는 분단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신철민(영남대 정치외교학과 21학번) 씨는 “똑같은 뿌리의 나라가 둘로 갈라져 서로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지뢰를 매설한 것 자체가 매우 슬픈 일”이라 말했다.

현재 남북한을 연결하는 육로 중 지뢰가 완전히 제거된 곳은 금강산 육로와 개성공단으로 가는 구간뿐이다. 아직 한반도에 남아있는 지뢰는 200만 발 이상 매설돼 있다고 알려졌다. 이 지뢰들은 군사분계선 내외의 광범위한 지역에 매설돼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곤돌라 옆 망배단과 자유의 다리 옆에는 접근금지를 알리는 철책이 눈에 띄었다. 철책에는 남북한의 통일을 염원하는 리본이 매달려 있었다. ‘적대를 멈추자’, ‘평화를 원한다’, ‘한국전쟁을 끝내자’ 등의 문구를 보며 통일에 대한 청년의 염원을 이야기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평화를 원한다', '적대를 끝내자' 철책에 걸린 소망리본(2022.11.11. 임진각)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평화를 원한다', '적대를 끝내자' 철책에 걸린 소망리본(2022.11.11. 임진각)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폭파된 열차...열차 주위에 수많은 총알 자국이 박혀 있다(2022.11.11. 임진각)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폭파된 열차...열차 주위에 수많은 총알 자국이 박혀 있다(2022.11.11. 임진각)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강동엽(영남대 정치외교학과 22학번) 씨는 “오랜 기간의 분단으로 20대들은 분단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에 산다”며 “분단을 당연시하지 말고, 한반도가 평화적 상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점진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분단 70년, 우리는 분단에 익숙해진 나머지 분단 상황이 평화롭고 안전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파주에서 본 분단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전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 과거가 이어져 여전히 총부리를 겨누며 감시하는 상황이었다. 분단에 대한 경각심과 통일로 나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없다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기 어렵지 않을까. 남북이 서로 대치하는 현 상황을 회복해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오길 소망한다.  
 
2022년 2학기 대학생을 위한 통일 특강 지원사업 참가자들(2022.11.11. 임진각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2022년 2학기 대학생을 위한 통일 특강 지원사업 참가자들(2022.11.11. 임진각전망대)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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