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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길, '선을 넘어 생각하자'
이대영 / 『선을 넘어 생각한다』(박한식,강국진 지음 | 부키 펴냄 | 2018)
2022년 10월 12일 (수) 12:30:39 이대영 pnnews@pn.or.kr

50대 중반의 나이를 살고 있는 나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꿈꾸며 청춘을 보냈다. 2022년 10월 어느 날인 오늘, 세상은 내가 꿈꾸던 그것과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자문하면 솔직히 조금은 답답하다. 살면서 딱 한 번 '다른 세상이 올까' 설렜던 적이 있었다. 2018년 4월말 그 어느 날부터 1년 채 못되는 시간을 그랬다. 딱 그랬다. 1년도 채 못되는 시간이었다. 요즘 5년 전의 그 때 수상하던 시절이 자꾸 겹친다.

지난 9월 하순부터 날마다 언론의 주요 뉴스 거리 중 하나는 북의 미사일 발사다. 9월25일 평안북도 태천에서 미사일 1발을, 9월28일 평양 순안에서 2발을, 다음 날인 9월29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2발을, 10월1일 평양 순안에서 2발, 10월4일 자강도 무평리에서 1발, 10월6일 평양 삼석에서 2발, 10월9일 강원도 문천에서 2발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 당시에는 10월4일 자강도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특히 뉴스 거리였다. 해당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특히 호들갑을 떨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북측 언론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10월4일 일은 매우 사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북의 발표에 따르면 9월25일 발사된 미사일은 국방부가 발표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소형 SLBM으로 그것도 저수지에서 발사했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에서는 이 내용을 주요 뉴스로 다루었지만, 사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내용이 있었다.

북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직접 지도한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언급하면서 ‘9월29일과 10월1일에 진행된 전술탄도미싸일발사훈련에서 해당 설정표적들을 상공폭발과 직접정밀 및 산포탄타격의 배합으로 명중해 무기체계들의 정확성을 확증하였다’고 보도했다. 전술핵무기의 공중폭발 시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들 미사일의 사거리는 350킬로미터였다. 평양 순천에서 충남 계룡대까지의 거리가 대략 350킬로미터라고 한다.
 
   
▲ 사진 출처. KBS뉴스 <美, 北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김정은과 조건없는 대화 가능">(2022.10.10) 방송 캡처

5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2017년 여름을 지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급격히 고조되었다. 북-미 간의 갈등은 말싸움을 넘어선 물리력 행사로 이어졌다. 당시 북은 7월28일 화성14호 시험 발사를 통해 하와이와 괌, 알래스카를 사정권에 둘 수 있는 사거리 6500KM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어서 8월29일과 9월15일에는 화성 12형을 연달아 발사하면서 괌과 하와이에 대한 직접적 타격이 가능함을 보여 주었다.

북은 미사일 발사 직후 시험 발사가 아니라 훈련의 일환이라고 밝힘으로써 그 의미를 더욱 분명히 했는데, 이는 두 가지 군사적 측면에서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 첫째, 미사일이 지나간 일본의 쓰시마 해협은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시 미국 본토에서 증원군이 들어오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군사적 특성이 매우 강하다. 둘째, 미사일이 날아간 직선 방향 전방에 하와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미군 전력의 50% 이상이 태평양사령부 휘하에 편제되어 있는데,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곳이 하와이다.

북은 9월3일에는 6차 핵실험을 진행한 후 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의 진도가 6.3이라고 밝혔다. 북은 11월 29일 또 하나의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화성15호로 명명된 이 미사일은 사거리 13000KM로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었다. 북은 수소폭탄과 사거리 13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결합을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5년 전의 군사적 위기는 이듬해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4월의 판문점정상회담, 이어진 북-미 간 정상회담으로 극적인 반전을 가져왔다. 물론, 딱 거기까지만이었지만 말이다. 연일 이어지는 북의 미사일 발사로 새삼스럽게 평화니 안보니 하는 해묵은 말잔치가 정치권에서 쏟아진다. 꼴불견이다.
 
   
▲ 『선을 넘어 생각한다 -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관하여』(박한식,강국진 지음 | 부키 펴냄 | 2018)

날마다 쏟아지는 북 미사일 발사 소식이 5년 전의 상황과 겹치다 보니 떠오르는 책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단절되고 경색된 남북관계가 화해협력의 관계로 전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들이 쓴 책이다.

2018년에 부키 출판사에서 출간된 ‘선을 넘어 생각한다(박한식 강국진 지음)’에서 저자는 ‘남과 북이 대화를 재개하고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알아야 하며, 신뢰하는 것은 대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대화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북에 대한 몇 가지 편견, 예를 들면 북한 붕괴라는 도그마에 대해, 미치광이 독재자가 북한을 지배한다는 착각에 대해, 군사독재와 선군정치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북한 인권 문제라는 국제정치적 상징 조작에 대해 조목조목 실재를 밝힌다.

저자는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은 동질성의 회복이 아니라 이질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질성을 용납하지 않는 태도가 극단으로 흐르면 북한에 대한 주적 논쟁이나 평화통일운동세력에 대한 종북논쟁 등과 같은 사상검증으로 귀결된다면서 평화는 이질성을 수용하는데서 시작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편견에 갇혀 악마화된 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한 시간이다. 가공되고 조작된 이미지의 북이 아니라 북의 실재에 접근하고 사실로 판단하는 지혜가 작금의 위기 국면에서 물처럼 널리 스미길 바란다.

 
   
 







 [책 속의 길] 207
 이대영 / 전 대구경북진보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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