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71) 대구광역시장과 이철우(69) 경상북도지사가 나란히 오는 6월 조기 대선에 출마한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오는 6월 3일(잠정) 제21대 대선에, 대구경북 시.도지사가 잇따라 출사표를 냈다. 홍 시장은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 1년 2개월이 남은 시장직에서 물러난다. 이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며 휴가를 쓴다. 두 사람 다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 뛰어들어 경쟁을 펼친다.
홍 시장은 7일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 금요일(오는 11일) 사퇴하려 한다"며 "시·도민들이 바라는 핵심 현안들을 직접 챙기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 속에서 수차례 조기 대선 출마 뜻을 밝힌 홍 시장이 조기 대선 출마를 위해 퇴임 날짜까지 못박았다. 그는 "민선 8기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구 미래 100년을 위해 달려왔다"며 "업무가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는 "한번은 민심에서 졌고, 두번째는 민심에서 이기고 당심에서 졌다"며 "이번에는 민심과 당심에서 모두 이겨 제7공화국 선진대국시대를 열겠다. 100년 미래 대한민국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30년 준비한 경륜과 국정 철학으로 박근혜 탄핵 때처럼 패전처리 투수가 아닌 대한민국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일에는 "이번에 동대구역에서 고속 열차를 타고 상경한다"며 "마지막 꿈을 향해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간다. Great Korea(위대한 한국)!"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대선 출마를 위해 오는 11일 시장직에서 사퇴하고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식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여는 게 홍 시장 일정표다. 2022년 7월 임기를 시작해 오는 2026년 6월까지 4년 대구시장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2년 9개월 만에 사퇴하는 셈이다.
홍 시장이 다른 '자리'를 위해 선출직에서 중도 사퇴한 것은 지난 8년간 모두 3번이다. 2017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경남도지사 임기를 끝내지 않고 중도 사퇴했다. 2020년 5월 대구 수성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임기 2년을 채우지 않고 2022년 4월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금배지를 버렸다. 이번에 또 대권 도전을 위해 시장직을 하차한다. 앞서 경남도지사 시절과 마찬가지로 대구시장 역시 보궐선거는 없다. 김정기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홍 시장을 대신해 내년 6월까지 1년 2개월동안 대구시장 권한대행을 맡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측도 7일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다"며 "같은 날 오전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는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어찌 대한민국 자유 우파 대통령들은 모조리 쫓겨나고, 시해되고, 감옥가고, 탄핵되는 것이냐"며 "이번에도 내란죄라는 사상전에 휘말린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너지는 나라를 보고만 있겠냐"면서 "대선에 우파 후보들이 우후죽순 출마해 유권자들이 힘을 받아 일어서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우리 당(국민의힘) 경선은 '미스트롯' 형식을 모방흔 '미스터 프레지던트'로 부산역, 동대구역, 대전역, 광화문을 순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기서 주저 않으면 안된다. 모두 일어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자유 우파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지키자. 저부터 온몸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를 시사한 셈이다.
이 지사는 홍 시장처럼 '단체장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지는 않는다. 대신 지사직을 유지하며 자신의 휴가를 사용해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 참여한다. 당내 경선에서 떨어져도 도지사직에는 영향이 없다. 국회의원 3선에 성공한 뒤 재선 경북도지사를 지내는 이 지사는 이번이 첫 대선 도전이다.
시민단체는 두 사람을 향해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옹호하거나 비호하는 발언을 한 탓이다.
홍 시장은 지난해 12월 4일부터 18일까지 페이스북 게시물 통해 "(윤 대통령은) 내란죄가 없다", "탄핵해선 안된다", "한밤중의 해프닝(12.3 비상계엄)"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자초했다. 이 지사도 지난 2월 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단체가 주최한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무대에 올라 "하나님이 도와주면 기적이 일어난다"며 탄핵 반대 발언을 하고, 애국가 1절을 불러 논란이 됐다.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지난달 12일에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 각하 부르기 운동을 하자"고 제안해 비판을 샀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7일 평화뉴스 통화에서 "홍 시장, 이 지사 둘 다 내란을 옹호한 이들로 민주주의 헌정을 이끌고 지도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을 향해서는 "대선 권력욕 때문에 공직자를 중도 사퇴하는 게 3번째"라며 "경남지사 시절에도 도정을 망치더니, 대구시장이 되어서도 준비되지 않은 일을 마구잡이로 진행해 혼란을 부추기고, 박정희 동상을 세워 대구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대구를 권력욕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지사를 향해서도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대선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얄팍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자리에 있을수록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은 빨리 물러나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이루는 게 맞다"면서 "민주주의도, 대구경북도 망친 이들은 대통령은 물론, 단체장으로서도 실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강 사무처장은 "내란을 옹호한 국민의힘은 합헌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조기 대선에 대통령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 오히려 정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후보를 낼거면 최소한 내란을 옹호한 인물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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