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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보이는 것과 알게 되는 것들
남명선 / 『치즈 스위트 홈(Chi’s Sweet Home)』
(코나미 카나타 지음 | 학산문화사 펴냄 | 2015)
2021년 11월 17일 (수) 10:41:48 평화뉴스 pnnews@pn.or.kr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다. 고로 나는 두 분의 주인님을 모시고 사는 집사이다. 첫째 고양이 ‘겨울’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은 7년 전이다. 그 전부터 딸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난 평소 동물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전혀 없었고, 바쁜 일상에 쫓기면서 사느라 돌봐야 하는 생명체를 들인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고, 무엇보다 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들어온 도둑고양이, 요물이라는 표현 때문인지 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비호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딸에게 꼭 키워야겠으면 고양이보다는 차라리 강아지가 어떻겠냐고 타협을 하려고 했는데, 딸은 끝까지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고집을 했고 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내 마음이 움직였다. 외동으로 혼자 크는 딸아이가 참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 역시도 상실감이 너무 컸던 터라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겨울이는 2014년 5월에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겨울이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일상의 많은 것이 변했다.
처음 우리 집에 온 겨울이는 식탁 구석에 숨어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딸의 옆에 딱 붙어서 잠들었고, 모두가 집을 비우고 나면 혼자서 전화선, 핸드폰 충전기선 등 집안의 모든 선을 다 물어뜯는 사고를 치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딸이 혼자 있는 시간에 겨울이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고, 고양이다운 시크한 면도 있었지만 가끔은 황송하게도 무릎에 올라오거나 몸을 부비부비 하면서 친한 척 들이대는 개냥이다운 모습도 있었으므로, 난 점점 고양이의 매력에 반하게 되었고 4년 전에는 두 번째 고양이 ‘봄’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온 봄이는 당시에 태어난 지 한달 쯤 된 새끼고양이였는데 어미를 잃고 구조가 되어 건강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한동안 애를 태웠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잘 자랐다.
 
   
▲ 『치즈 스위트 홈(Chi’s Sweet Home)』(코나미 카나타 지음 | 학산문화사 펴냄 | 2015)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초보집사가 된 터라 고양이 관련 책을 이것저것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이해하게 되었는데, 그 중 소개하고 싶은 책이 『치즈 스위트 홈』이다. 일본 작가 코나미 카나타의 작품으로 총 12권의 시리즈로 구성된 만화책이고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은 치(chi)라는 아기고양이인데 인간의 시선이 아닌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이 참신했고,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사라면 200% 공감할 내용이라서 거듭 감탄을 하면서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전체 그림이 모두 컬러로 되어 있고 색감이나 그림이 밝고 따뜻해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무엇보다 주인공인 치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호기심 넘치고 귀여운 캐릭터라서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간략한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치가 엄마고양이와 형제고양이들과 산책을 나왔다가 호기심에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혼자 낙오가 되어 결국 엄마를 잃어버리고, 다행히 요헤이라는 4살 남자아이에게 발견되어 요헤이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엔 치가 잃어버린 엄마를 찾게 되고 엄마랑 고양이형제들이랑 함께 살게 되었지만, 그동안 깊이 정이 든 요헤이가족을 잊지 못하고 갈등하는 치에게 엄마고양이가 이렇게 말하면서 응원을 한다. "결정하는 건 너 자신이야"

결국엔 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양이가족을 떠나 새로운 가족인 요헤이를 찾으러 갔고 둘이 극적으로 만나게 되는 마지막 장면은 눈물이 날만큼 뭉클하다.
 
   
▲ 『치즈 스위트 홈(Chi’s Sweet Home)』12권 109p,163p / 사진. 남명선

주인공 치를 비롯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섬세하고 사실적이어서 직접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작가가 이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아기고양이를 집에 들이면서라고 한다.

"이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우리 집에 업둥이로 들어온 아기고양이였습니다. 긍정적이고 구김살 없고 장난꾸러기에 사람을 잘 따르고 사랑스러운 녀석. 우리는 번번이 놀라고, 웃고, 당시 4살이던 아들과는 형제처럼 지내, 아기고양이가 있는 생활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종족도 피도 다른데 가족이라고 생각해주는 것이 무척 행복했죠. 아기고양이의 긍정적인 모습이 주는 활기와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과 아기고양이를 보내게 된 엄마고양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 코나미 카나타

종족도 피도 다르지만 가족이라고 생각해주는 게 무척 행복했다는 위 작가의 말처럼, 비록 말은 못하는 동물이지만 감정이 있고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고 가족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고, 겨울이와 봄이가 건강하게 쑥쑥 자라는 동안 내 삶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집사가 된 후론 거리를 지나다가 꽤죄죄하고 버쩍 마른 길냥이들을 보면 반갑기도 하면서 마음이 너무 짠해서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고. 혹시라도 가방에 챙겨둔 사료가 있으면 건네준다. 물론, 저 멀리 도망가버리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곳에 이제는 나의 시선이 머무른다. 길가 주차된 차 밑, 쓰레기더미 옆, 화단 구석 등 고양이가 있을 만한 곳에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되었다. 사랑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길냥이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음을 쓰게 되었고, 동물에게도 지구의 한 공간을 누리고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넬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티비동물농장의 열혈 시청자가 되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지친 일상에서 달콤한 휴식이 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미 집사인 분들은 이 책에 폭풍 공감하게 될 것이고 집사가 아닌 분들이 읽는다면 조만간 집사가 될 지도 모르겠다. ㅎㅎ

다가오는 겨울에는 추위와 배고픔,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들에게 많은 이들의 따뜻한 시선이 가 닿았으면 좋겠다.

 
   
 






[책 속의 길] 185
남명선 /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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