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대구경북 단체장과 국회의원 14명이 참석했다.
보수성향 개신교단체가 연 이 집회에는 모두 5만2천여명(경찰 추산)의 시민이 참석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거나,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종북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발언들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재판관들을 "척결", "사형하라"는 과격한 말들도 난무했다.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 혐의를 자초한 윤 대통령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현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 여부를 다투는 6차례 탄핵심판에 출석해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여당 국회의원들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현직 단체장들까지 나서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모양새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이 극우단체처럼 내란을 옹호한다"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무대에 올라 발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관련해서는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논란까지 불거졌다.
세계로교회가 주도하는 '세이브코리아'는 지난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제5회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순회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국가비상기도회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장호 구미시장 등 2명의 대구경북 단체장이 참석했다.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 중 대구에서 모두 7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인 강대식(대구 동구군위군을) 의원을 포함해, 우재준(대구 북구갑), 김승수(대구 북구을), 이인선(대구 수성구을),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 등이다.
경북에서는 이만희(경북 영천시청도군),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조지연(경북 경산시), 강명구(경북 구미시을) 등 4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또 대구경북 출신 이달희(비례) 의원도 이날 함께했다.
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 12명을 비롯해 단체장까지 모두 14명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셈이다.
특히 이철우 지사는 무대에 올라 "시원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도지사는 연설을 못하도록 돼 있다"면서 "하나님이 도와주면 기적이 일어난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외치고 애국가 1절을 불렀다.
조영태 대구참여연대 정책부장은 10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비상계엄은 엄연한 내란"이라며 "탄핵은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인데 탄핵 반대 집회에 현역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극우 유튜버 논리에 휩쓸려 국민을 선동하고 혼동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인으로서 균형을 잃고 편향된 모습을 보여 아쉽다"면서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성숙한 메시지를 내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이영수)은 10일 논평에서 "국가를 위한 종교집회처럼 포장했지만 실상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는 윤 대통령 석방과 탄핵 반대를 위한 정치 집회"라며 "이 지사 참석은 자체만으로도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을 자초하며 내란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이 지사는 집회 참석 후 페이스북에 민주당, 공수처, 헌재, 사법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윤 대통령 석방을 주장했다"면서 "극우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는 이념 갈등을 유발하고, 편향적 사상 검증을 통한 탄핵 불복의 명분을 제공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면 괜한 논란에 스스로 들어서지 말고, 지역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라"면서 "헌법을 무시하고 국가대혼란을 초래한 내란 우두머리 윤 대통령과 함께하지 말고 건강한 보수 정치인이 되어달라"고 촉구했다.
경북 출신의 임미애(비례대표) 민주당 국회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헌법을 파괴한 내란수괴를 석방하고, 내란을 옹호하는 집회에 이 지사가 참석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 지방공무원법 등 정치중립의무 위반 소지까지 감수하면서 극우집회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어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이끌며 대한민국을 지킨 대구경북 시·도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9일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지사는 정치 행위가 금지된 고위 공무원임에도 '연설 금지'를 전제한 뒤 집회에 공감한다는 정치적 입장을 밝혔다"면서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시위 참가와 집회에서 의견 발표를 금지'하기 때문에 집회 참가부터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 지사는 애국가를 부르며 '하느님'을 '하나님'이라고 개신교 표현으로 바꿔 불렀다"면서 "종교 중립 의무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이 지사를 지방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할지 말지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10일 페이스북에 "애국가 불렀다고 고발한다고? 민주당 자신 있으면 해보라. 2016년 10월 29일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계광장 춧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나는 애국가를 제창했다. 누가 정치 중립 위반이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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