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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일치제는 엽관제로 전락할 위험
[김윤상 칼럼] '알박기' 우려는 '시민인사위원회'로 해결하자
2022년 08월 01일 (월) 11:12:21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엽관제와 실적제 인사

공공기관장을 선거의 전리품으로 여겨온 폐습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기관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이사와 감사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 공공기관장을 임명하자 국민의힘에서는 '알박기'라고 비판하면서 기관장의 임기를 임명권자와 일치시키자고 제안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하였다. 매사에 대립하던 양당의 의견이 이렇게 쉽게 일치하는 모습에 국민은 한편 반가우면서도, '과연 이렇게 하는 게 국민에게 좋은 일인가'라는 의문도 갖게 된다.

선거에서 승리한 쪽이 공직을 차지하는 제도를 엽관제(spoils system)라고 부른다. spoils란 전리품이라는 뜻이다. 이 제도는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 재임 1828~1836) 때 도입되었다. 잭슨 대통령 이전에는 동부 지방 상류층이 정권과 공직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이민의 물결이 밀어닥치면서 공직자의 성분이 국민 일반과 크게 차이가 나게 되었다. 특히 서부 개척민은 자신들의 요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흙수저 출신 잭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공직자를 대폭 갈아치웠다. 이때 잭슨 진영에서 내세운 논리가 ‘승자가 전리품을 차지하는 건 당연하다’라는 것이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보듯이 엽관제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순기능도 있었다. 그러나 집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정실 인사', '보은 인사', '측근 인사', '낙하산 인사' 등의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수십 년 논란 끝에 1883년 펜들턴법(Pendleton Act)이 제정되어 엽관제가 폐지되고 실적제(merit system)가 정착되었다.

코드인사가 필요한 직종도 있지만

지금 여야가 추진하는 임기일치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가 자기와 정책 지향이 같은 사람을 기용하는 행위는 매우 자연스럽다. 노무현 정부 때 야권이 이걸 '코드인사'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참모와 장관에 대해 코드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선거를 통한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 코드인사가 문제가 아니라 그 범위가 중요하다.

반면, 중립적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통령이나 국회 등 정치권이 관여하는 것은 문제다. 임기일치제 논란은 법정 임기가 남아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사퇴를 여권 실세가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런 기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는다면 무용지물, 아니 오히려 해로운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전 정권이 임명한 너희는 나가라. 새로 집권한 우리 쪽 사람을 쓰겠다'라고 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편향성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말밖에 더 되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공무원인 경력직(일반 공무원, 법관, 군인, 경찰, 교사 등)을 제외하면 인사 대상 직위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집권자에게 인사 재량을 보장해야만 하는 고위 정무직(직종1)도 있고, 오히려 정치적 중립이 필수적인 기관의 장(직종2)도 있고, 정부의 출자·출연기관처럼 전문성이 중요한 직위(직종3)도 있다. 직종에 따라 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추첨으로 구성하는 시민인사위원회

직종1에 대해서는 집권자가 코드인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검증보다 흠집내기에 치중하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없애는 게 좋다. 능력 검증은 인사권자 측에서 알아서 하도록 한다. 도덕성 검증은 사전에 할 것이 아니라 공직자 재산 공개처럼 검증에 필요한 정보를 국민과 언론에 공개하면 된다. 문제가 생겨 여론이 악화하면 정권이 그대로 있지는 못할 것이고, 국무위원에 대해서는 국회가 해임건의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직종2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든 국회든 정치권이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는 이상하게도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사에까지 대통령과 국회가 관여한다. 여당이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 등도 직종2에 속한다.

직종3에 대해서는 정실이 아니라 전문성을 기준으로 한 인사임을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현행 제도로는 직종2와 직종3의 인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시민인사위원회’를 제안한다. 위원회는 국민 중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하여 구성하며, 인사권자 또는 추천자의 제안 설명과 관련자들의 증언을 참고하면서, 충분한 숙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한다. 또한 시민인사위원회는 직종1의 도덕성에 대한 사후 검증도 할 수 있도록 한다.
 
   
▲ 사진 출처. KBS뉴스 <전국 첫 '임기 일치' 조례 통과>(2022.7.23) 방송 캡처

덧붙이자면, 필자는 시민인사위원회를 '시민의회'로 발전시켜나가기를 바란다. 시민의회는 인사 업무 외에 현재 국회의 권한에 속하는 안건 중 국민의 상식을 반영해야 하는 중요 안건, 정당 간 의견이 심히 엇갈리는 안건, 선거구 획정이나 의원 처우 등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안건을 담당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국민의 여론과 상식을 정책에 반영한다는 민주주의의 이상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시민인사위원회, 대구에서 먼저 시작하자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최초로 임기일치제를 도입하였다. 개정된 조례에 의하면, 정무·정책 보좌 공무원(직종1)의 임기는 새로 선출된 시장의 임기가 개시되기 전에 종료된다.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직종2 또는 직종3)의 임기는 2년이고 연임도 할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는 경우에는 시장 임기 개시 전에 종료된다.

임기 일치 대상으로 직종1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다른 직종까지 포함시킬 합리적인 이유는 없어 보인다. 미국에서 엽관제가 도입된 배경과 달리, 시민의 요구가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는데도 임기일치제를 밀고 나간다면 정실 인사 등 엽관제의 폐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홍준표 시장은 경남지사와 국회의원(수성을)을 중도에 그만둔 전력도 있다. 혹시라도 시장 임기 만료 전에 대선이 있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홍 시장이 사퇴하면 직종2, 3까지 동반 사퇴해야 하므로 행정의 연속성도 염려된다. "앞으로 4년 동안 오로지 시민들만 보고 가겠습니다." 홍 시장 취임사의 마무리 문장이다. 직종2, 3의 인사에서는 대구가 전국 최초로 시민인사위원회를 거치는 모범을 보이기를 바란다.

 
   
 
 




  [김윤상 칼럼 118]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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