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방사능 누출 사실로...인근 주민 '이주대책법' 발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9.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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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공사 중 차수막 손상·균열·누수→토양·물 삼중수소 76만Bq 검출, 원안위 "외부 유출 조사·수리"
양이원영 의원 등 '이주대책지원법' 발의, 주민 농성 7년 "발암물질 20년 유출 가능성, 폐쇄·법 통과"


경주 월성원전 1호기 방사능 누출이 사실로 드러나자 인근 주민들이 폐쇄와 이주대책법을 촉구했다.

17일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위원장 김진일)는 "원전 방사능 누출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정부는 즉각 노후원전 월성1호기를 즉각 완전 폐쇄하고 국회는 이주대책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단장 함세영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현안소통협의회(의장 김호철 원안위 위원)'는 '월성원전 부지내 삼중수소 제1차 조사 경과·향후계획'을 발표했다. 월성1호기 내 부지에서 방사능이 누출됐다는 의혹 제기 8개월 만에 조사 결과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출 제1차 조사 결과 / 자료.원안위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출 제1차 조사 결과 / 자료.원안위

조사 결과, ▲2012년 월성1호기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 건물 설치공사에서 시공된 지반보강용 기초파일 7개 바닥 관통으로 구조물 외부 차수막(바닥)이 손상됐음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외곽 방수를 위한 그라우트 주입으로 유공관 손상·막힘이 생겨 누설수 발생시 집수조로 유입 기능이 저하됐다.

또 ▲1997년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1호기 차수벽 보강공사) 벽체 균열 보수공사 과정에서 바닥 콘크리트 상부의 차수막이 차수벽까지 이어지지 않고 벽체 끝단에서 끊어진 것이 드러났다.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남측 벽체 에폭시 방수성능 결함과 수직벽체 투수성이 높은 시공이음부에서 저장조 냉각수가 소량 누설된 것도 확인됐다. 저장조 벽체 4면 중 남측 1면만 파악된 상태고 바닥슬래브는 현재까지 내부 에폭시(방수 기능)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누수량이 많을 것으로 조사단은 추정했다.

이 같은 누출로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주변 토양과 물(심도 9m) 시료에서 방사성 핵종이 검출됐다. 토양 시료의 경우, 감마핵종(Cs-137)이 최대 0.37Bq(베크렐)이 나왔고, 물 시료의 경우 삼중수소(3H) 최대 75.6만Bq, 감마핵종 최대 0.14Bq 검출됐다. 감마핵종 세슘(Cs-137)은 자체 처분 허용농도인 100Bq/Kg을 모두 초과해 핵폐기물 분류수준으로 나타났다. 삼중수소는 내부 피폭될 경우 세포 사멸과 생식기능 저하 등 인체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감마핵종 세슘은 대표적 발암 물질이다.

차수막 손상 위치도 / 자료.원안위
차수막 손상 위치도 / 자료.원안위
1997년 보수공사 전후의 차수막 구조도 / 자료.원안위
1997년 보수공사 전후의 차수막 구조도 / 자료.원안위
월성원전1호기 터빈갤러리 냉각수 도관, 접속구 구조도 / 자료.원안위
월성원전1호기 터빈갤러리 냉각수 도관, 접속구 구조도 / 자료.원안위

조사단은 "1997년 저장조 차수막이 설계와 달리 시공돼 그 시점 후 의도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며 "오염 토양·물은 방사성폐기물로 자체 처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 유출 여부 판단은 어려워 향후 정밀조사를 하겠다"면서 "보강·수리를 통해 건전성을 확보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월성원전 인근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과 환경단체·시민단체·정당으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경주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 30여개)'은 앞서 10일 논평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안위의 원전 관리부실·직무유기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방사능 외부 유출 여부와 관련한 주민 피해 현황 조사, 노후원전 월성1호기 즉각 완전 폐쇄, 이주대책법 제정, 사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나아리 주민들과 양이원영 국회의원 "이주대책지원법 통과"(2021.8.29) / 사진.경주환경운동연합
나아리 주민들과 양이원영 국회의원 "이주대책지원법 통과"(2021.8.29) / 사진.경주환경운동연합
월성원전 인근 나아리 주민들의 이주대책 촉구 천막농성 7년째(2021.8.29) / 사진.경주환경운동연합
월성원전 인근 나아리 주민들의 이주대책 촉구 천막농성 7년째(2021.8.29) / 사진.경주환경운동연합

지난 2014년 8월 25일부터 7년째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천막농성 중인 나아리 주민들은 더 큰 불안을 호소하며 국회에 이주대책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원전제한구역 914m 이주 대상에서 빠진 원전 1km 안 3개 마을 사람들이다. 나아리는 원전 6기에 둘러쌓여 있다. 황분희(74) 이주대책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10년 전 자체조사에서 삼중수소 검출률이 다른 지역 거주자들(원전에서 50km 떨어진 경주 시민 검출률 18.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변 검사에서 주민 89.4%가 검출됐다. 나아리 5~19세 어린이·청소년 9명도 삼중수소가 발견됐다. 황 부위원장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다.

이주지원법이 마련되지 않아 그 동안 발만 구르던 이들에게 최근 이주대책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무소속 양이원영(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달 26일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이수진·전재수·정청래, 기본소득당 용혜인 등 14명이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은 원전 제한구역 인접한 지역 주민들 중 이주를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주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비용을 기금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나아리를 비롯해 원전 제한구역 경계에 있는 13곳이 포함된다.

"20여년 누출...월성원전 조기 폐쇄" 기자회견(2021.9.13.울산시청 앞) / 사진.진보당 울산시당
"20여년 누출...월성원전 조기 폐쇄" 기자회견(2021.9.13.울산시청 앞) / 사진.진보당 울산시당

정치권도 목소리를 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지난 13일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뿐 아니라 울산도 월성원전에서 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발암물질 방사능이 20년 넘게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월성1호기 폐쇄에 이어 2~4호기도 조기 폐쇄하고, 이주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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