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 주말 광장의 저녁. 알록달록한 1천여개의 응원봉이 또 어둠을 밝혔다.
"윤석열 체포, 구속 그리고 파면에 이어 국짐당(국민의힘) 해체까지 기다릴 수 없다"
1,300여명의 대구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외쳤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대구에서 시국대회가 열렸다.
설 연휴 첫날 겨울 거리에 다시 모인 시민들은 "윤석열 파면만이 진정한 설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12.3 불법 내란사태' 이후 "한국사회에 폭력과 궤변이 난무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면서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세력을 모두 청산해야 진정한 봄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90여개 단체가 모인 '윤석열퇴진대구시국회의'는 25일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CGV대구한일 앞 광장에서 제16차 '윤석열 즉각 파면, 국힘 해체 대구시민시국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으로 1,300(오후 6시 기준)여명의 시민들이 시국대회에 참석하고, 대구 도심을 행진했다.
이날도 다양한 응원봉과 깃발, 피켓 등이 광장을 채웠다. "TK 딸은 언제나 광장에 있었다",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검찰은 기소하라", "페미니즘 없이 민주주의 없다", "내란의힘 해체하라", "나 떨고 있니...추경호를 구속하라" 등 다양한 무구의 피켓과 깃발이 길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판과 관련해 대구시민 강석호(57)씨는 "윤 대통령이 헌재에 나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궤변이 너무 많아서 듣고 있기 거북하다"며 "여기에 극우세력이 준동해 법원에 폭동을 일으키니 우리나라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서울 서부지법 폭도'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현장 곳곳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반발한 극우단체와 종교단체 소속 활동가들과 지지자들은 같은날 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을 기습하고 파괴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대구에 사는 한 20대 시민 김모씨는 '서부지법 폭동은 낯선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피켓을 들고 이날 광장에 나왔다. 김모씨는 "그들이 세운 자의적 기준을 벗어나면 해고돼야 마땅하고, 맞아야 마땅하고, 죽어야 마땅하다고 믿는 반페미즘적 세계관을 우리는 오랫동안 경고했다"며 "서부지법 폭동은 폭력의 주체는 그대로고 폭력의 대상만 '페미'에서 '법원'으로 바뀐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혐오를 묵인하지 말라"며 "여성을 죽이는 폭력이 결국 다음엔 너희를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수 윤수일씨의 <아파트>를 개사한 "윤석열 탄핵" 송을 함께 부르고, 아이돌 그룹 하이키(H1-KEY)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라는 노래도 광장에서 떼창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 시민들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초콜릿 키세스와 커피 등 음식 무료 나눔했다. '인권운동연대'는 "응원봉의 힘으로 바뀌어야 할 세상, 탄핵을 넘어 민중헌법 개정으로 나가자"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자유발언대는 시민 남은주씨와 이은진씨, 김민규씨 등이 올랐다.
8년 전 2017년 박근혜 퇴진 대구시대회에서 사회를 맡았던 남은주 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요즘 내란을 옹호하는 국민의힘 지지율은 높아만져 가고, 김문수라는 사람이 마치 다음 대권 후보가 되면 국힘이 부활할 것 같은 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며 "다들 불안하고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다 내란 동조 세력인 국힘이 해체되기는커녕 정권을 연장할까봐 마음이 무겁다"면서 "때문에 추워서 나오기 싫어도, '에이 나 하나쯤 빠져도 괜찮겠지'하는 마음이 들어도 다시 광장에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계속 광장에 나와 함께 싸워 민주주의를 누리자"고 강조했다.
박석준 대구시국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구속됐는데 다시 나오면 어떡하지? 걱정만 하지 말고 나오시라"며 "촛불 시민, 응원봉 시민, 깃발 시민, 핸드폰 시민 다 나오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집회는 많은 시민들 힘으로 만들어간다"면서 "여기에서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자"고 덧붙였다.
대구시국회의는 오는 2월 1일 토요일 오후 3시 CGV대구한일 앞에서 '윤석열 퇴진 2025 설특집 탄핵 노래자랑'을 연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오후 5시부터 제17차 대구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4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탄핵무효 대구시민연합'도 같은 날 오후 1시쯤 중구 반월당역 인근에서 '부정선거 규탄, 탄핵 반대, 윤석열 석방' 촉구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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