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51) 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대구 북구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2월 3일 그날 밤으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또 반대했다.
한 전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아 대표에 당선됐지만, 탄핵 정국에서 실망했다는 분들이 많은데 극복 방안이 있냐는 기자 질문에는 "12월 3일 10시 30분. 이걸 막아야 된다.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후퇴할 것이고, 피를 흘리게 될 것이고, 성취한 가치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이었다"며 "당시는 최선의 방안이었다. 다시 내가 그자리로 돌아간다고 해도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인용과 기각, 정치권 승복에 대한 한 전 대표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저는 계엄 당일 12월 3일에서 16일까지 그 사이에 어려운 상황도 많았고, 여러가지 어려운 결정들을 많이 했다"면서 "되돌아보면 거기서 후회하는 결정은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조금 더 생각할 걸, 조금 더 설득할 걸, 조금 더 경청할 걸 이런 부분은 좀 있었다"면서 "국민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그로 인해 받게 될 고통이나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게 정치인 숙명이니 후회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힘드시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헌재 인용, 기각 여부에 대해서는 "중요한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전망을 내놓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 정신과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에 맞는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면서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다. 시스템을 존중해야 한다. 승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 않냐"고 강조했다.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간 후 이달 초 대구경북에서 한 전 장관에 대한 지지율이, 김문수 장관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묻자, "보수 지지자 중 탄핵을 반대하는 분이나 저나 큰 틀에서 생각은 같다"며 "나라가 잘 되게 해야한다는 애국심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 전 대표를 향해 "배신자 프레임으로는 정치 인생은 끝"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가끔 그러시면 제가 뭐라고 이야기하겠는데, 매일 그러시는데 언급할 필요가 있겠냐"며 "보시는 분이 피곤하시니까 저까지 거들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이어 "다들 저를 '끝났다' 그러는데, 끝난 사람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자주들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최근 조계종 등 종교계를 돌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이 진우 스님이 뼈 있는 말("정치는 내공 생긴 후에 해야")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부족해서 종교계 어른들을 찾아뵙고 말씀을 듣고 있다"면서 "나라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고,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은 화합과 통합, 치유의 정신이다. 흔들리지 말고 제 임무를 다 해달라는 그런 당부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한 전 대표는 '개헌'도 주장했다. 그는 "현재 헌법은 87년 체제, 사실 40년 유신헌법 체제"라며 "권력 구조 면에서 보면 대통령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4년 중임제 전제 중의 하나는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맞춰서 책임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같은 분들이 동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호헌을 할 것"이라며 "5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5년을 포기하지 않으면 개헌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외에 국회 권한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300명 중 250명은 지역구의원 그대로 가고, 50명은 비례로 상원제를 도입해 중대선거구제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러면 대구에도 민주당 국회의원, 광주에도 국민의힘 상원 국회의원이 나와 하나의 정당이 3분의 1을 장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며 "권력 독단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토크쇼를 열었다. 한 전 대표가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이날 캠퍼스에 몰려들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한동훈 OUT", "배신자 척결", "사형" 등의 피켓팅을 글로벌플라자 앞에서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 대표를 향해 "종북, 중국인"이라며 고성과 막말을 했다.
경북대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한 학생 3명도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잡아먹은 유례없는 배신자"라며 "계엄령을 계몽령으로 받아들인 시민을 외면한 한 대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반대 편에선 한 전 대표의 지지자 수십명이 "한동훈 화이팅", "한동훈 사랑해요" 피켓을 들고 한 전 대표를 응원했다. 경찰의 저지선을 두고 양측은 한때 세대결을 펼쳤다. 큰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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