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밤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행위는 다음날 새벽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과 그에 따른 대통령의 계엄해제로 막을 내렸다. 12월 3일 10시 30분경 계엄령 선포 소식이 전국으로 알려지자 깨어 있는 시민 수천 명이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 달려갔고, 그들은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저지함으로써 국회가 단시간 내에 계엄해제 결의를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 안건은 2/3 가결 요건을 간신히 넘어 찬성 204표로 통과되었다. 그날 이후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매주 토요일 조속한 탄핵 의결과 윤석열 구속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1월 15일 체포영장의 집행은 내란죄 사태를 수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국회의 탄핵 의결로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는 정지되었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의 재판이 열려 선고를 앞두고 있다.
내란죄의 구성요건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이다. 구성요건이란 형법에서 범죄 성립을 위한 행위의 유형을 제시한 것이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행위로서 “폭동”은 다수인이 힘을 합쳐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폭행과 협박 행위를 하는 것이며, “국토참절이나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하면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은 1)주체로서 조직된 다중(多衆), 2)실행행위로서 폭동, 3)국토참절과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범죄주체로서 조직된 다수인이 필요하다. 내란죄의 행위유형은 “폭동”이므로 개념상 상당한 다수인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그 다수인은 완벽한 조직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호 의사소통을 하는 최소한의 조직체계를 갖춘 다중(多衆)이어야 한다.
둘째, 실행행위로서 “폭동”이 있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피살 사건에서 대법원은 폭동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폭동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 , 협박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다수인의 결합은 어느 정도 조직화될 필요는 있으나, 그 수효를 특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내란죄는 폭동행위로서의 집단행동이 개시된 후 국토참절 또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였는가의 여부에 관계없이 기수로 될 수 있음”이라고 폭동의 의미를 밝힌다. 나아가 폭행협박의 정도와 관련하여 위 대법원 판결은 “그 폭동행위로 말미암아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렀을 경우라야 기수로 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혀 내란죄의 기수범 성립 시점을 밝히고, 이어서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최광의의 것으로서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총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란죄의 범죄로서의 특성 중에서 주요한 것은 결과의 발생이 있어야 기수(범죄의 완성)가 되는 결과범이 아니라 국헌문란의 목적 등으로 폭동행위를 실행하면 바로 기수가 되는 범죄라는 것이며, 이를 형법이론에서 위태범이라 한다. 국헌문란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그 목적으로 폭동행위를 실행하면 바로 기수범이 되어 내란죄가 성립한다.
셋째, 국토참절과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국토참절, 국헌문란의 의미에 대해서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내란죄의 또 하나의 특성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을 가지고 폭동을 해야 성립하는 목적범이라는 것이다. 국토참절이나 국헌문란의 목적 없이 실행되는 단순한 소요사태에 해당하는 집단적 폭행협박 행위는 소요죄이지 내란죄가 아니다. 국토를 참절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헌을 문란”한다는 것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형법 제91조 1호), 혹은 “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제2호)을 의미한다. 헌법 및 법률이 정하고 있는 정부제도(대통령제 혹은 의원내각제 등), 권력분립, 의회제도, 사법제도, 복수정당제와 자유선거제 등 통치구조에 관한 제도를 헌법 혹은 법률이 예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하여 파괴하는 행위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인 국회, 대통령, 사법부, 국무회의, 선관위 등의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사람을 폭행협박으로 살해, 감금 혹은 축출하거나 그 권능 행사를 영구히 혹은 일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국헌문란 목적을 가진 행위에 해당한다.
국헌문란의 목적에 관한 정의규정인 형법 제91조가 제정된 배경은 한국전쟁 진행 중인 1952년 대통령 이승만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는 등 국회기능을 폭력적으로 마비시킨 부산정치파동 친위쿠데타의 헌정파괴 경험이다. 국회가 어느 정도 기능을 회복한 시점에 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헌문란” 목적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배경을 보면 윤석열 계엄령 사태의 핵심적 과녁이 된 국회의 기능 불가능화를 목적으로 한 군대 투입 행위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인정하는데 충분한 근거가 될 것이다.
12월 3일 비상계엄사태는 내란죄에 해당하는가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는가를 구성요건 해당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첫째, 범죄주체로서 조직된 다중이 존재하는가.
비상계엄 사태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고 지시하여 국무총리,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다수의 국무위원이 계엄선포를 위한 법적 절차의 진행에 관여하고, 군 조직의 주요 지휘관으로서 국군의 보안 문제를 다루는 방첩사 사령관, 공수특전부대를 지휘하는 특수전사령관, 수도의 방위를 책임지는 수도방위사령관, 군의 정보업무를 다루고 요인암살 등 대북침투전을 수행하는 정보사령관, 국내 치안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조직의 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접 무력 내지 경찰력을 동원하는데 있어서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각급 부대 및 경찰조직의 일선 지휘관들이 사령관 혹은 경찰청장 등의 지시를 받아 병력을 동원하였고, 그들에 의해 동원된 병사와 경찰들이 국회 등 국가기관에 투입되어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 등 헌법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한 행동에 가담하였다.
이렇게 대통령에서 시작하여 국무위원, 주요 군 지휘관, 주요 경찰 지휘부, 그리고 일선 지휘관과 병사들이 조직적이고 명령전달 체계를 갖춘 행동을 함으로써 범죄주체로서 “조직된 다중”을 형성하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특별한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다수인의 결집된 폭행협박행위로서 폭동이 존재하는가
내란죄는 조직된 다중이 국토참절이나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폭동”의 행위유형으로서 폭행협박은 폭행협박의 의미 중 최고 넓은 정의에 해당하여, 조직된 다중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사람에게 신체적 악영향을 주는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폭행) 또는 해악의 고지(협박) 행위가 있으면 “폭동”에 해당한다. 그 폭행협박의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가 되면 내란죄는 기수에 이르게 된다.
윤석열의 계엄령 사태에서 투입된 군병력은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국회를 봉쇄하는 한편 유리창을 깨고 국회 건물 내로 진입하였다. 나아가 국회의장, 전대법원장, 전대법관, 다수의 야당 소속 내지 일부의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 및 주요 정치인,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수천 명 단위의 군병력과 경찰력이 국회 및 선관위 등에 투입되어 건물을 통제한 사실, 실탄을 개인 병사들에게까지 일괄 지급하지는 않았지만 말단 지휘관에게까지 유사시 부하들이 사용할 실탄이 지급된 것을 포함하여 군병력이 갖춘 무장의 수준, 창문을 깨고 국회의사당 건물에 진입하고 선관위에 진입한 사실, 주요한 비판적 언론인 김어준을 체포하기 위하여 병력과 경찰력이 투입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조직된 다중에 의한 폭행협박 행위가 서울이라는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 내란죄의 구성요건 중 행위유형인 “폭동”에 해당하고 내란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평가될 수 있다.
셋째, 목적범으로서 내란죄의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되는가.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하고 불법적으로 선관위를 압수수색하는 행위는 모두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제2호)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국헌문란의 의미에 관한 형법 규정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제91조2호)에서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하는 것은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518내란사건 대법원 판결)
계엄령 선포의 실체적 요건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존재이며, 그러한 실체적 요건이 전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걸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포고령에서 일체의 국회활동과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포괄적 제한을 한 것은 헌법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제91조 1호)에 해당한다. 그리고 계엄령 해제 결의를 위하여 국회의사당에 집결한 국회의원을 끌어내기 위하여 군대를 동원하고 그 병력 중 일부가 유리창을 깨고 국회의사당 내부로 진입한 것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제2호)에 해당한다.
특히 12월 3일 계엄령 선포와 함께 공포한 계엄포고령 제1호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계엄포고령 제1호의 1호 규정)라는 조항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인 국회의 권능 행사를 강압에 의하여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에 해당하며, 나아가 지방자치제도, 복수정당제도, 집회시위의자유라는 헌법의 주요한 제도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명문화한 헌법과 헌법에 따라 제정된 법률인 지방자치법, 정당법, 집회시위에관한법률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행위로서 국헌문란의 목적에 해당함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윤석열이 결정하고 그 지시에 따라 계엄사령관 명의로 공표된 포고령 제1호의 존재와 내용만으로도 국헌문란의 목적을 인정함에 부족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12월 3일의 계엄령 사태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윤석열을 우두머리로 하여 다수인이 결집하여 폭행협박을 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서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정확히 해당한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그 행위를 정당화할 위법성배제 사유가 없으며,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는 책임배제 사유도 없어서 내란죄의 성립에 의문이 없다.
통치행위 이론에 의하여 내란죄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른바 통치행위 이론이다. 최고권력자가 행한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통치행위 이론“이라는 것이 헌법학과 행정법학의 영역에서 주장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19세기에 잠깐 등장하였다가 사라진 구시대의 유물로서 현대 헌법학에서는 이를 지지하는 학자가 거의 없다. 간단히 말하여 제정신을 가진 헌법학자나 법률가라면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통치행위론을 주장하거나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은 헌법학계의 보편적 상식이 되어 있다.
비상계엄 선포행위가 헌법적으로(탄핵재판), 형사법적으로(내란죄 형사재판) 취급되는 경우 비상계엄의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계엄선포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을 폭넓게 인정해 주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그래도 성립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내란사태와 같이 계엄의 실체적 요건 흠결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한 주장이 성립될 여지가 전혀 없다. 헌법은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으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사태“를 요구하고 있는데 12월 3일 시점에서 그러한 비상사태가 존재하지 않았음은 보름달처럼 명백하다. 윤석열의 계엄령 포고는 헌법을 위반하고 계엄법을 위반한 위헌위법의 행위로서 당연무효에 해당한다. 그래서 4일 새벽에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결의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란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국헌문란 목적 명백"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2월 3일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는 헌법이 정한 계엄의 실체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위헌행위이다. 윤석열을 정점으로 하여 주요 군지휘관과 병사, 경찰들이 동원돠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서 국헌문란의 목적도 명백하다. 조직된 다중(多衆)에 의한 폭행협박의 정도가 최소한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에 이르렀으므로 폭동행위에 해당하고, 따라서 윤석열 일당은 내란죄의 기수범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내란죄에는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기한 불소추특권도 적용되지 아니하여 내란죄의 우두머리 윤석열은 마땅히 구속이 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사형과 무기징역 등에 해당하는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합당한 형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윤석열이 경호처를 바람막이로 삼아 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1월 15일 체포되었고,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되었다. 1월 26일 검찰이 윤석열을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를 함으로써 윤석열 일당에 대한 단죄는 사법부의 손에 맡겨졌다.
1980년 518 내란과 달리 인명 살상이 없었으므로 상대적으로 그 죄책이 가벼울 수 있으나, 518내란 이후 국민들의 치열한 민주주의 회복운동으로 성취한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요체로 하는 현행 헌법의 기능을 파괴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 현행 형법의 기준에서 본다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할 만한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사형제도 폐지의 추세와 한국이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에게 실제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서의 지위를 얻은 만큼 사형 다음으로 선택가능한 법정형인 무기징역형으로 다스리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다만 전두환, 노태우의 사례와 같이 어설픈 정치적 타협으로 헌법질서 파괴를 시도한 내란범이 형 복역 중에 석방되는 무원칙의 사회로 돌아가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기고] 성상희 / 변호사. 생명평화아시아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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