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처음으로 시국선언에 나섰다.
신명고등학교(중구 국채보상로) 도예슬 포함 24명의 학생은 지난 11일 '역사를 담아 미래를 여는'이라는 제목으로 시국선언을 했다. 학생들은 인스타그램, 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SNS)에 선언문을 올렸다.
학생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지난 3일 선배들이 피땀 흘려 지켜낸 나라가 한 사람의 교만한 판단으로 계엄이 선포되었다"며 "역사책에서만 보던 '계엄'을 저희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군이 국회로 들이닥치고,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상황이 마치 우리를 강압적으로 탄압한 일제와 독재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다"면서 "엄마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친구들도, 광복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눈물로 싸우신 우리 학교 선배님들까지 모두가 차가운 한숨을 내쉬었다"며 "도대체 그들이 내뱉던 공정과 상식, 자유 민주주의는 어디로 간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919년 독립을 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우리 학교 선배님들은 맨발로 거리로 나가 오늘날의 우리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면서 "이제 우리는 선배님들 뜻을 따라 어둠을 깨뜨리려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과서를 통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며 "이 땅 가운데에 두 번 다시 독재를 위한, 경솔한 계엄령이 선포될 수 없도록 우리가 물려받고 이어갈 이 사회가 처참히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를 구하려 나서고자 한담"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국민의힘이 그들에게 닿을 때까지, 진정한 국민의 마음이 그들을 움직일 때까지, 진정한 국민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들릴 때까지 저희는 멈추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더 이상 주저함에 대한민국을 빼앗길 수 없다. 매우 작은 힘일지라도 우리의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선배들이 지켜낸 그 역사를 또 다른 미래의 후배들이 더 나은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직접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시국선언을 한 이들은 모두 신명고 2학년 학생들이다. 122년 역사를 지닌 신명고는 1919년 3.8만세운동 당시 학생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만세를 외친 일제시대에 항거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닌 학교다. 학생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지켜보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함께 시국선언문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도예슬 학생은 12일 <평화뉴스>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대구가 보수의 심장이라 말한다. 그래서 저희도 학생끼리 모여서 시국선언문을 작성하는 것이 처음에는 매우 두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섭아(김재섭 국민의힘 소속 서울 도봉구갑 국회의원) 어차피 1년 버티면 사람들은 다 잊는다. 다 뽑아준다'고 말한 한 국회의원(윤상현 국민의힘 소속 인천 미추홀구을)의 발언에 우리는 더 이상 이 역사가 반복되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시국선언문을 작성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1919년 맨발로 나가 일제시대였던 대한민국을 위해 소리치며 3.8만세운동을 하여 자유를 지켜주신 선배님들 용기를 배우고, 함께 연대하며 힘을 얻어 고2 학생들이 모여 저희의 뜻을 작성했다"면서 "이 글이 공유되어 봄이 올 것이라고 믿으며 소리치는 청소년들의 뜻과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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