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외쳐봅시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윤석열 파면하라"
이번 주는 선고하겠지. 이번 집회가 마지막이겠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접수 후 100일 넘는 시간이 흘러 어느새 3월의 마지막 주말이 됐다.
동성로 광장에 모인 대구시민들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저녁 행진을 하고, 매 주말 집회를 열고. 기약 없는 탄핵 심판 선고 기일에 참을성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분노,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 검찰에 대한 규탄이 헌법재판소까지 향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과 그에 대한 탄핵 심판을 지연하는 헌재 탓에 민생과 정치는 멈췄다. 대구시민들은 한겨울을 지나 3월 봄까지 일상을 반납하고 거리에서 헌정수호를 외치고 있다.
일상을 멈추고 거리로 나온지 넉달째. 대구시민들이 헌재를 향해 "탄핵심판을 더 이상 지연하지 말라"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제는 선고일을 확정해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대구경북지역 93개 시민사회단체와 노조, 정당이 모인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는 29일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CGV대구한일 앞에서 제25차 대구시민시국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200여명이 참석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고 판단해 이날도 많은 시민들이 광장을 채웠다.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윤석열을 파면하라", "탄핵심판 지연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간절하게 "즉각 파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 <광야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등 민중가요를 비롯해, 여성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등 케이팝송을 함께 따라 부르며 나눠준 LED 전자 촛불을 흔들었다.
이번 '빛의 혁명' 집회의 상징인 시민들의 응원봉과 피켓, 깃발에도 헌재를 규탄하는 내용들이 등장했다. "헌재는 맘에 드는 날짜가 없는겨?", "세상에 이런 법은 없는겨", "덕수야!(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9인 체제(헌법재판관 9인 체제) 쫄?(쫄았느냐), 임명 안하면 위헌이래. 국짐(국민의힘)은 자손 보기 안부끄럽냐? 이제라도 인간답게 살자" 등 계속 지연되는 탄핵선고와 관련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김기훈 책빵고스란히 활동가는 "하품이 옳는 것처럼 강인함도 옮는다"며 "지지 않는 마음 꺽이지 않는 마음으로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또 "차별을 금지하고, 탈핵과 기후정의 세상으로 가자"고 덧붙였다.
익명을 밝힌 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들은 자신의 문제집에 직접 문구를 써 피켓팅을 만들어왔다. A학생은 "공부좀 하자. 겨울이 암만 길더라도 꽃이 안피겠느냐. 윤석열이 파면돼야 진정한 봄날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인공지능) 교과서로 배우기 싫다"면서 "AI교과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자영업자 이정준(36.여성)씨는 "12.3 비상계엄 후 하루도 편하게 자지 못했다"며 "내란범이 아직도 자리에 버티고 있다니 믿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평범한 일상은 무너졌고, 민생경제도 나락"이라며 "헌재는 무책임하게 미루지 말고 하루 빨리 선고일을 잡아 윤석열을 탄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준 대구시국회의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은 "누가봐도 불 보듯 뻔한 결과를 연기하고 뭉개는 것은 법 기술자들"이라며 "헌정질서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반드시 윤석열을 파면하고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차별금지법이 있는 세상, 기후위기가 없는 세상은 윤석열들이 없는 세사이어야 한다"며 "윤석열을 하루 빨리 파면시키고 평등한 세상으로 가자"고 강조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은 "윤석열이 대통령에 복귀하면 어떤 세상이 우리에게 도래하겠는가. 너무나 두렵고 무섭다"며 "그렇기에 우리 민주노총은 총파업 투쟁으로 윤석열 복귀를 막고,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대구본부는 오는 3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노숙 시국농성에 들어간다.
성소수자들을 위한 인권단체 '무지개인권연대(대표 배진교)'도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 가량 같은 장소에서 첫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혐오와 차별로 단단한 TK 콘크리트를 박살내는 무지개의 힘으로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평등으로 가는 세상을 열겠다"고 밝혔다.
대구시국회의는 매일 평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행진을 한다. 제26차 대구시국대회는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없을 경우 오는 4월 5일 그대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한편, 탄핵을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와 일부 보수단체들도 같은 날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행진을 하며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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