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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반복되는 비슷한 부동산 투기대책
안갑수 / 『이야기로 읽는 대한민국 경제사』(석혜원 | 미래의창 | 2008년)
2022년 03월 02일 (수) 11:30:27 안갑수 pnnews@pn.or.kr

요즘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역대 대선 중에 가장 비호감 선거라거나 혹은 정책선거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 중에 눈에 익은 슬로건이 하나 보인다.  매번 선거에서 항상 등장 하는 슬로건이면서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경제문제이다. 정치인들은 어려운 경제를 서로 자신이 살리겠다고 주장한다. 

돌이켜보면 언제 경제가 좋았을 때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국경제의 오래된 숙제인 부동산문제, 일자리문제로부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부진까지 항상 경제는 힘들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불평등의 원인을 제공한 경제문제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의 역사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제사 관련 책이 정책평가, 경제지표를 토대로 성장의 역사를 소개하거나 혹은 정치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등 거시적 현상을 언급하고 있다.
 
   
▲ 『이야기로 읽는 대한민국 경제사』(석혜원 지음 | 미래의창 펴냄 | 2008년)

한국경제의 발자취 속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경제사 이야기

여기서 소개하는 『이야기로 읽는 대한민국 경제사』는 제목처럼 이야기를 읽어나가면 경제사를 이해하게 된다. 물론 경제학이론이 소개되거나 이해가 어려운 그런 책은 아니다. 책은 주변의 평범한 시민이 당시에 겪었을만한 이야기들로 쉽고 재미나게 풀어간다. 중요한 사건들을 작가의 주관적 평가를 가급적 줄이고 시민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몇 가지 사건의 평가는 개인적으로 전혀 동의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당시 사람들의 시선에서 경제사를 풀어나간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쉽고 재미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 중에서도 에피소드 중간에 언급되는 잠깐상식 코너는 독자로 하여금 예전 기억을 되살리는 지나간 신문을 읽는 느낌을 들게 한다.

고용 없는 성장

"2005년 2월 대학을 졸업한지 벌써 2년이 지난 이민우는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어김없이 인터넷취업사이트부터 열었다. 대학을 졸업한 해에는 그래도 면접을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백수 2년차가 되는 해는 이력서를 제출해도 면접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면서 고용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최근 경제는 성장하지만 고용사정은 좋아지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도 2000년대 경제성장률은 평균 5%를 넘었지만 취업자 수의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균 1.5%에 머물렀다. 2003년에는 실질GDP 성장률이 3.1%였지만 취업자 수는 3만 명이 감소하여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로 나타났다."(본문 중)

책에서는 위의 내용처럼 고용 없는 성장을 언급하며 원인으로 기업의 고용인원 축소, 사업장의 해외 이전, 고용증대 효과가 크지 않은 산업으로의 재편 등을 들고 있다. 해결책으로는 고용창출효과가 큰 산업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사실 너무 뻔해 보이는 원인진단과 대책이지만 주류 언론과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들도 이외의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정책 수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경제성장 목표와 그에 따른 일자리 수를 제시하며 자신들에게 권한을 달라고 한다. 매번 비슷한 공약으로 당선된 정치인들이 매번 비슷한 진단과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니 결과도 매번 비슷한 것이다.

부동산가격 폭등과 종합부동산세 신설

"투기란 실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비싼 가격에 다시 팔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며 사들이는 현상을 말한다. 투기가 일어나면 생산을 위한 투자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쪽으로 돈의 쏠림현상이 나타나 올바른 경제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투기로 인해 생겼던 거품이 꺼지게 되면서 경기 침체가 일어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벌어졌던 투기의 대상은 주로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투기로 주택이나 아파트, 토지가격이 갑자기 올라서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국민들은 열심히 일해서 착실하게 돈을 모으는데 대한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이를 잡으려고 규제를 가했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다시 살리는 정책을 폈다. (중략)
참여정부는 2003년 집권하자마자 부동산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계속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규제정책을 펴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주춤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정부가 규제정책을 하나씩 내놓을 때마다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더 올라가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등 부동산투기 대책을 총동원하자 부동산가격의 상승은 멈추었다."(본문 중)


본문 내용을 보면 정부는 부동산투기 대책으로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면 규제강화를 반대의 경우는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대표적 규제로 1988년 8.10 부동산 안전대책(토지초과 이득세, 택지소유 상한제, 개발이익 환수법), 2003년 10.29 종합부동산세, 이외에도 양도세 증액 등이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강력한 규제에도 부동산가격은 오히려 더 올랐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현재의 부동산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일자리 문제처럼 매번 비슷한 진단과 대책을 수립하다보니 결과도 비슷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경제규모를 키우고 산업구조를 재편 한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은 코로나19로 더욱 명확해졌다. 부동산투기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규제와 공급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 문제는 기업과 시장에 맡겨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공적영역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기업에 맡겨두는 일자리 대책이 아니라 일하고 싶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의 사회보장제는 어떨까? 

한국에서 부동산은 주거의 개념이면서 동시에 자산증식 수단이다. 더구나 시장에서 상품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원리에 맡겨둘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매번 반복되는 비슷한 대책으로는 부동산투기를 해결할 수 없다. 시장원리에 충실한 대책이 아니라 부동산의 사회공공재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 토지공개념을 포함 다양한 방안의 검토가 시작되어야 한다. 경제사를 공부했으니 뻔해 보이는 일자리 대책과 부동산투기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고민을 시작하자. 반복되는 부동산투기 대책 실패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하려는 분에게 하루 만에 쉽고 재미있게 읽는『이야기로 읽는 대한민국 경제사』일독을 권한다.

 
   
 






[책 속의 길] 196
안갑수 / 대구지하철 노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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