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대구, 유권자는 없고 중재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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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5천 목표에 5백, 참여경선단 1만 목표에 1백..."역량 부족, 소통 부족"


집권 말기로는 드물게 '여당 완승'으로 끝난 4.11 총선. 대구경북은 또 다시 27개 선거구 모두 새누리당의 '싹쓸이'로 막을 내렸다. 특히, 대구지역은 야당과 시민사회가 '범야권대구시민연대'를 꾸려 '야권단일화'로 대구의 변화를 노렸으나 1988년부터 이어온 '24년 야권 전멸'의 불명예를 씻지 못했다. 그나마, 대구 12곳 가운데 10곳에서 처음으로 '야권단일후보' 간판을 내걸었던 점이 예전과 다른 대구의 선거 구도였다.

"노력 부족, 뼈를 깎는 각오" / "변화의 조짐, 유의미"

그럼에도 싹쓸이를 막지 못했다. 때문에, 민주통합당 대구시당은 "희망의 싹"을 말하면서도 "죄송합니다. 노력이 부족한데 대한 꾸지람이라 생각하겠습니다"라고 총선에 대한 입장을 12일 발표했다. 통합진보당 대구시당도 같은 날 "반성하겠습니다. 뼈를 깎는 각오로 더욱 매진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대구 야권연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체인지대구'는 선거 결과에 대한 "실망"과 "의미"를 강조할 뿐 두 정당 같은 "죄송"과 "반성"은 없었다. 체인지대구는 12일 총선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 100% 석권에 대한 "실망"과 함께 "변화의 조짐"을 강조했다. 그 근거로는 "김부겸 후보 40% 득표"와 "야권 평균 지지율 20%이상", "여야 복지정책 경쟁"을 꼽았다. 또, "체인지대구는 지역의 야권과 시민세력의 힘을 결집하고자 노력해왔다"며 "목표치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변화의 조짐을 볼때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유의미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범야권단일후보 4.11총선승리 출정 공동 기자회견(2012.3.29 대구2.28공원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범야권단일후보 4.11총선승리 출정 공동 기자회견(2012.3.29 대구2.28공원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지난 해 11월 17일 창립한 '체인지대구'는 야4당 대구시당을 비롯해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대구경북진보연대와 함께 '범야권시민연대'를 결성(12.2)했고, '범야권단일후보' 공모와 협상을 통해 대구 12개 선거구 가운데 10개 선거구에서 '야권단일후보'를 내는 과정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꼼수다' 공연(11.26)과 명진스님 강연(2.4), '콘서트 바람 風' 공연(3.31), 유권자 축제(4.7)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단일화' 10곳 가운데 실제로 야4당의 후보가 겹쳐 '단일화' 과정을 거친 곳은 3곳(동갑.북을.달성군) 뿐으로, 나머지 7곳은 야4당이 단독 후보를 낸 곳이다. 특히, 당초 야권의 선전이 예상됐던 '수성갑'(김부겸-이연재)과 중남구(김동렬-이재용-김태훈)는 끝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유권자 없이 흥정과 중재만...폐쇄성, 실력도 소통도 부족"

4.11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 '체인지대구' 창립 때부터 참여했던 사무처와 운영위원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김영순 공동운영위원장은 "실력이 부족했다"면서 "유권자운동이 핵심인데, 유권자는 없고 흥정과 중재만 있었다"고 했다. 이대영 공동운영위원장은 "대중들과 함께 움직이지 못한 한계"와 함께 "기존 운동권 비슷한 모임, 그 것 자체가 갖는 폐쇄성"을 지적했다. 김재경 사무국장도 "야권연대에 매몰돼 시민들과 함께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실력적 한계"를 말했다. 김 국장은 또 "유권자운동에 대한 내부적 논의도 잘 되지 못했다"며 "실력도, 소통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체인지대구는 지난 해 11월 17일 300여명의 회원으로 창립했다. 김사열(경북대 교수).김영숙(대구여성단체연합 대표).함종호(4.9인혁재단 상임이사)씨를 비롯한 3명의 상임대표와 이들을 포함한 31명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또, 김영순(대구여성회 대표).조광진(전국KYC 대표).이대영(북구시민연대 대표)씨를 비롯한 3명의 공동운영위원장과 이들을 포함한 12명의 운영위원으로 체계를 꾸렸다. 강금수(44) 사무처장과 김재경(44) 사무국장, 양은영(37) 홍보팀장이 상근자로 활동했다. 이 가운데, 양은영 홍보팀장은 창립 두 달여만에 그만뒀다.

'체인지대구' 창립대회(2011.11.17 경북대)...참가자들이 '체인지대구' 깃발을 흔들며 "체인지대구, 좋아요"를 외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체인지대구' 창립대회(2011.11.17 경북대)...참가자들이 '체인지대구' 깃발을 흔들며 "체인지대구, 좋아요"를 외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체인지대구는 창립 당시 '비정당 시민정치조직', '2012~14 대구시민정치행동'이라고 성격을 규정하고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목표로 내걸었다. 당시 창립선언문을 통해 "정의롭지 못한 권력은 시민의 손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시민 스스로의 정치를 만들어 2012년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루고, 그 승리의 힘으로 2014년 대구지방정치의 다원화를 통해 한나라당 일당 정치의 폐해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를 위해 "300명 수준인 회원을 2012년 3월까지 3천명, 4월 총선 전까지 5천명까지 늘여 진보개혁 성향의 야권단일화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즉,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유권자운동을 통해 야권단일화와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다짐이었다.

'회원' 5천 목표→ 5백여명, '시민참여단' 1만 목표→120여명

그러나, 창립 때 그 다짐은 결국 '선언'에 그쳤다. 300여명으로 창립한 '체인지대구'는 4.11 총선 때까지 회원이 500명가량으로, 당초 목표한 5천명의 10분의 1수준에 그쳤다. 또, "나는 유권자다!"라는 슬로건으로 모집한 '2012 대구를 바꾸는 시민정치참여단' 역시 120여명으로, 당초 '1만명' 목표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시민정치참여단'은 범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하고 단일후보 선출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한편, 단일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직접 활동하는 유권자들로, 체인지대구는 2월 4일 대구백화점 앞 첫 캠페인을 시작으로 시민정치참여단을 모았다. 그러나, '참여경선' 자체가 한 곳도 없었고, '단일후보' 이후에도 시민정치참여단은 눈에 띄지 않았다.

'체인지대구' 시기별 사업계획 / 출처. 체인지대구 홈페이지
'체인지대구' 시기별 사업계획 / 출처. 체인지대구 홈페이지

결국, 체인지대구는 '유권자' 없이 '야권연대'에 나선 셈이다. 때문에, 당초 내걸었던 "시민의 손으로"는 구호에 그친 채 실무자들의 '중재'만 남게 됐고, 유권자 없는 중재는 '거대 야당' 민주통합당의 요구대로 '후보단일화'가 진행되는 한계를 드러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해부터 줄곧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을 주장한 반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정치협상"과 "참여경선"을 주로 요구했다. 그러나, 후보단일화를 이룬 3곳(동갑.북을.달성군) 모두 민주통합당의 요구인 "여론조사 경선"으로 '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됐다.

"약자의 결단 밖에...중재가 아닌 책임을" / "거대 야당 눈치만...아무런 역할 못했다'

때문에, 정당지지도 열세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경선'을 수용했던 통합진보당 송영우 예비후보는 "결국 약자의 결단 밖에 길이 없었다"며 "시민사회가 발휘해야 했던 것은 중재가 아니라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단일화라는 구도의 합리성만 갖추면 제 할 일을 끝낸 것마냥 관조적이었던 시민사회 일부의 분위기"를 꼬집기도 했다. 진보신당 장태수 대구시당위원장도 "거대 야당 눈치만 보고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역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바꿀 주체 형성이 필요한데, 이연재 후보처럼 주체 형성 과정에 있었던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전략적 사고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사회단체 범야권후보단일화 입장 발표' 기자회견(2012.3.2 체인지대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대구 시민사회단체 범야권후보단일화 입장 발표' 기자회견(2012.3.2 체인지대구)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특히, 체인지대구는 그들 스스로 제안한 '중재안'조차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체인지대구는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대구경북진보연대와 함께 지난 3월 2일 '단일화 최종 방안'이라는 중재안을 발표했다. 경합지역 대부분을 '경선'으로 하되, 시민참여경선인단 40%, 여론조사 30%, 시민배심원단 30%를 반영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이 중재안을 수용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전면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무산됐다. 게다가, '시민배심원단' 반영이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선관위 유권해석까지 나오면서 이 중재안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중재안 → 거부 / 무소속 → 거부..."유권자 없는 중재"

또, 앞서 지난 1월 20일에는 체인지대구를 비롯한 범야권시민연대 이름으로 '범야권단일후보' 1차 공모에 참여한 17명의 명단을 발표했으나, 민주통합당의 "무소속은 단일화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에 막혀 중남구(민주 김동렬-무소속 이재용)와 북구(민주 김용락-무소속 안경욱)는 단일화 협상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범야권단일후보' 공모는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4당과 체인지대구를 비롯한 시민사회 3단체가 합의로 이뤄졌으나, 자신들이 한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민주통합당 앞에 "촉구" 외에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범야권시민연대 후보 1차 공모 결과 발표 기자회견(2012.1.20 체인지대구)...후보자들이 '보편적 가치'와 '공동정책' 수용, '공동선대위' 참가를 비롯한 3대 과제 동의서약서를 읽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진향.남명선.조명래.이원준.임대윤.안경욱.김태훈.김준곤.이헌태.남칠우 후보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범야권시민연대 후보 1차 공모 결과 발표 기자회견(2012.1.20 체인지대구)...후보자들이 '보편적 가치'와 '공동정책' 수용, '공동선대위' 참가를 비롯한 3대 과제 동의서약서를 읽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진향.남명선.조명래.이원준.임대윤.안경욱.김태훈.김준곤.이헌태.남칠우 후보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체인지대구 김재경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유권자 없는 중재는 아무런 힘을 받지 못했다"며 "정당과 후보 입장을 전혀 강제하지 못하고 중재하는 관계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김 국장은 "정당.후보 중재와 유권자운동, 이 두가지 가운데 유권자운동에 대한 내부적 논의가 잘 안됐다"고 말했다.

"유권자운동 완전 실패...내용도 실력도 부족했다"

김영순 공동위원장도 "유권자운동이 완전히 실패했다"며 "유권자 없는 흥정과 중재만 있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우리 안에 내용이 없었고 실력도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이대영 공동운영위원장은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접점을 못찾은 것 같다"며 "시민들과 함께가는, 어떻게 갈 것인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당초 2014년 지방선거까지 목표로 한 '체인지대구' 진로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평가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3명 모두 불투명한 전망을 내놨다.

한편, 체인지대구는 오는 24일과 25일 각각 실무자 평가와 운영위원회 평가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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