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민심, 추석 지나도 계속 간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9.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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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2차 시국대회 / 5백여명 "검찰총장 사퇴 배후는 청와대...'국정원' 특검"


대구 12차 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들(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12차 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들(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12번째 대구 시국대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관련해 "더 이상 믿을 곳이 없어 허탈하다", "배후는 청와대와 국정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 "분노한 민심은 추석이 지나도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대구지역전문가단체협의회' 등 대구경북지역 55개 시민사회단체・정당으로 구성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구시국회의>는 14일 저녁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국정원 민주주의 파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12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지난 6월 말부터 석달 째 열리고 있는 이날 집회에는 시민 5백여명이 참석했으며 신재화 대구노동세상 사무처장 사회로 저녁 7시부터 8시 30분까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특히, 이날 시민들은 지난 13일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국정원을 배후"로 지목하고, 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계속 수사하자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검찰 수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민주주의 파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12차 시국대회'...이 자리에는 시민 5백여명이 참석했다(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정원 민주주의 파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12차 시국대회'...이 자리에는 시민 5백여명이 참석했다(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3일 채 총장에 대한 '감찰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의사가 담긴 것이 아니겠냐"며 "대통령은 국정원 사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 "대통령에 분노한 이 촛불민심은 추석이 지나도 계속 될 것"이라고 했다. 

채 총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국정원 대선개입, 4대강 담합비리,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환수, 원자력발전소 비리 등 굵직한 사건 수사를 지시했다. 국정원 사태에 대해서는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때문에, 시민들은 ▶특검수사를 통한 진상규명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구속수사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사과와 책임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불법 대선개입 관련자 전원 엄중 처벌 ▶공안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대통령이 책임지세요"...촛불과 피켓을 든 시민들(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통령이 책임지세요"...촛불과 피켓을 든 시민들(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남재준 해임"과 "박근혜 책임"을 촉구하는 시민(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남재준 해임"과 "박근혜 책임"을 촉구하는 시민(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자리에 참석한 시민들은 촛불과 함께 다양한 피켓을 들었다. "철저한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남재준을 해임하라", "국정원 전면개혁" 같은 내용과 "국정원 사태 대통령이 책임지세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십시오", "박근혜가 책임져라", "대통령을 국정원이 만들어? 바뀐애 방빼", "국정원이 만든 댓통령" 등 박 대통령 비난 문구가 많았다.

또, "국정원이 짓밟은 국민주권 촛불시민이 살려낸다", "아무리 물타기 해봐야 명백한 부정선거" 등의 내용도 있었다.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방송에서 사라진 촛불", "국정원 사건 일지",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살인", "NLL 대화록은 물타기"와 같은 제목의 피켓들은 길가에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대구여성광장에서는 '민주주의 부활' 계란 3백개, 청송농민회는 사과 5백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왼쪽부터)대구이주민선교센터 박순종 목사, 고령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농민 신병휴, 경북대 물리학과 1학년 박은용씨(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대구이주민선교센터 박순종 목사, 고령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농민 신병휴, 경북대 물리학과 1학년 박은용씨(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박순종 목사는 "검찰이 압박 속에서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청와대와 국정원은 검찰 수장까지 물러나게 했다"면서 "경찰이 제대로 수사만 했어도, 언론이 제대로 보도만 했어도, 재판부가 제대로 판단만 했다면 우리는 촛불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믿을 곳이 없어 허탈하다. 그러나, 분노한 민심은 추석이 지나도 계속간다. 결국 국민의 힘으로 정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농민 신병휴씨는 "검찰총장이 왜 사표 썼는가. 국정원 조사하니 위에서 압박을 받은 것이다. 정부는 자기한테 잘못 보이보이면 검찰총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언론사를 동원해 사람 얼굴에 똥칠하고 거짓 내란음모죄를 뒤집어 씌워 손발을 묶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농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공무원들은 야당 음해하는 댓글이나 달고 어이가 없다"며 "대통령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내가 잘못했다'하고 국민들 앞에 백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북대 물리학과 1학년 박은용씨는 "댓글 몇 개가 얼마나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 하고 의심했지만 네이버 베스트 댓글을 보면 아무 생각없이 공감하게 된다"면서 "그만큼 댓글의 영향력은 무섭다. 대선에서 국정원 댓글을 보고 영향을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촛불집회에 젊은 세대가 더 많이 참가해야 한다. 우리가 이 사건을 무시하면 한국은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리에 전시된 '국정원 사건 일지'를 읽는 시민(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거리에 전시된 '국정원 사건 일지'를 읽는 시민(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신재화 대구노동세상 사무처장은 "청와대와 국정원이 대선개입을 수사하던 검찰의 수장인 채 총장을 조선일보의 말도 안되는 보도를 이유로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대통령 권력이 사법부를 침범하기 시작한 것이다. 폭력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가 유일의 권력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더더욱 촛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추석이 지나도 이 민심은 계속 간다"고 말했다.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인디밴드 블랙스완 보컬 심보섭씨도 "채 총장이 국민들 소망과는 반대로 사의표명했다. 다시 유신시대가 온 것"이라며 "조선일보라는 찌라시 언론사의 황색보도 때문에 진상규명은 길을 잃었다. 국민들은 더 이상 믿을 곳이 없다"고 했다. 때문에, "촛불은 더 활활 타올라야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것이다.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멈추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구 시국대회에서 공연 중인 인디밴드 '블랙스완'(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시국대회에서 공연 중인 인디밴드 '블랙스완'(2013.9.14.대구백화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구시국회의>는 추석 주간에는 시국대회를 한 차례 건너뛰고, 오는 27일 금요일 저녁 7시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국정원 민주주의 파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13차 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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