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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눈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박경희 /『타인을 기록하는 마음』 (이수정 지음 l 메디치미디어 펴냄 l 2022)
2022년 03월 30일 (수) 12:01:56 박경희 pnnews@pn.or.kr

3월 21일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내용을 읽다보니, 내가 사는 지역인 대구 북구의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로 갈등을 빚고 있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지난 1년간 관련기사를 통해 알고 있는 상황은, 2020년 9월, 대구 북구 대현동에 이슬람사원 건축 허가를 받아 12월 착공에 들어갔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지난해 2월에 북구청에서 건축 중단을 결정하였고, 반대 주민들과 이슬람사원을 지으려는 무슬림들 간에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건축이 중단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선주민들의 생존권, 재산권, 행복추구권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건축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런 일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2월 경기도에서도 있었다. 경기도 연천군에 이슬람 캠핑장을 건립하는 것에 주민들이, 주변에 주택가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상권 악화와 치안 악화를 이유로 건립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약 25%가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이고,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무슬림도 약 1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독 이슬람사원이나 관련 시설 건축에 대해서만 극심한 반대를 외치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이슬람 공포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 지역 주민들이 갖는 공포와 그들이 외치는 피해에 대한 내용들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까지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슬라모포비아’ 라고 일컫는 이슬람 공포증,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국민의 안전을 이유로 배척과 배제를 정당화한다. 이슬람은 극단주의 또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편견들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차별하는 것은 나쁜 것이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무조건적인 수용과 이해를 바라는 것이 갈등해결의 해답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보편적 가치라는 말로 모든 사람들의 인권, 기본권이 수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당연히 옳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따라야 한다. 그것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다.
 
   
▲ 『타인을 기록하는 마음』 (이수정 지음 l 메디치미디어 펴냄 l 2022)

"결국 우리는 서로를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서로’를 아는 것이다. 우리 사회로 들어오는 이주 무슬림 역시 자신들이 거주하겠다고 선택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이 땅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 역사와 관습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서로에 대한 앎과 이해가 바탕이 되었을 때 우리는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타인을 기록하는 마음』 중에서)


나 또한 이슬람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낯선 이방인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가며 이해하고 싶었다. 알아가기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책이었고, 관련 책을 살펴보던 중, 『타인을 기록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수정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이 2018년부터 2년간 이슬람 종교시설 100여 곳을 다니며 무슬림 이주자들을 인터뷰한 일화와 이들이 한국인과 겪는 갈등 혹은 차별의 경험, 또 무슬림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 등을 담은 책이다.

"타인을 더 잘 이해해보려는 노력은 나 자신을, 이웃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구석구석까지 살피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나와 다른 타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지고 자꾸 답을 찾아가야 하는 질문은,
‘왜 이들이 여기에 살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무슬림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우리 사회의 낯선 타인 중 하나를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인지하고 판단해 우리의 울타리 안과 밖을 규정하는 마음. 우리 속 가장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는 가장 날것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타인을 기록하는 마음』 중에서)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날것의 마음...’ 나 역시 이슬람, 무슬림.. 잘 모르는 부분을 알고 싶다는 마음 한쪽에 이미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는 오해와 편견을 잘 끄집어 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갔다.

이런 문제들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크게 있었던 일인데,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배척과 혐오는 더 조장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슬람사원 건축반대의 갈등 상황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4년 전 제주 예멘 난민 사건이 떠오르게 된다. 너무나 닮아 있다.

2018년 봄, 500여명의 예멘 난민이 내전을 피해서 제주도에 오기 시작했었다. 제주도는 무사증 입국이 가능했던 곳이기도 하고, 한국은 난민법이 제정되어 예멘 난민은 불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회 분위기는 엄청난 난민포비아가 형성되어 난민을 치한화 하고, 가짜 난민이라는 이름을 붙여 말도 안되는 이유(브랜드 옷을 입었다는 것,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로 가짜 난민을 색출하기도 하고, 문화가 다름을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귀결시켜 인종주의를 강하게 표현하면서 인종차별까지 더 강화시켰다.

우리 사회에 이런 차별과 혐오가 자리 잡기 전에, 문화가 다른 낯선 이방인들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에서 노력해야했지만 이런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될 당시 법무부는 방관하며 중재자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지금의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와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처럼 지금도 관련 사태를 겪는 지역의 지자체는 갈등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책에는 우리보다 먼저 갈등을 겪은 유럽 여러 나라들의 사례도 정리되어 있다. 각 나라의 사례와 더불어, 지자체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도 알린다. 유럽에서는 이슬람사원 설립을 놓고 갈등이 생겼을 때 정부 주도로 중재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단체와 정부 간 소통 기구인 독일이슬람회의시(DIK)를 운영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 중재위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토론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듯 주민과 무슬림 공동체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균형 잡힌 중재와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갈등 여파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작가는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이 그저 궁금해서 알아가는 여정을 시작했고, 단순하게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하고 세상에 이들의 이야기를 실존 그 자체만 전달하고자 했었다고 한다. 이유는 사람 너머에 있는, 직시하기에 불편하고 어려운 모습을 바라볼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런데 본인이 본 것들은 그들도 자신과 다르지 않는 그저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슬람이 문장의 가장 앞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이 사람 뒤에 오면 관점이 달라진다. 사람인데 단지 이슬람을 믿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은 ‘보이지 않는 존재라거나 무서운 존재 혹은 무조건 배척하고 배제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조금 더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사람’으로 우리의 상황이 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들 역시 나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타인을 기록하는 마음』 중에서)

그들은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를 더 알아가야 하고, 배척과 배제가 아닌 공존을 함께 모색해가야 한다. 그 곁에 잠시 서 보자.

 
   
 
 





 [책 속의 길] 199
 박경희 / 성인권센터보라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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