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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안되는데 자꾸 하는 사회에서...'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
심순경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
(박미숙, 희정, 이승훈, 전주희, 한인임, 이희종, 정하나 지음 | 민중의소리 펴냄 | 2022년)
2022년 09월 28일 (수) 11:08:36 심순경 pnnews@pn.or.kr

아르바이트도 경력직을 구하는 사회다. 몇 년 전, 수능이 끝나고 돈이 필요했지만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했던 우리 언니는 칠곡군에 있던 쿠팡 물류센터 야간조로 생애 첫 임금노동을 하러 갔다. 밤에 잠도 못자고 일을 한다는 말에 괜시리 마음이 서글퍼 언니가 출근하기 전 저녁으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줬던 기억도 있다.그리고 몇 년 후, 첫 아르바이트를 쿠팡으로 시작했던 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나는 친구들과 ‘쿠팡팸’을 만들었다. 나를 비롯해 돈이 필요했던 네 명의 친구들이 함께 쿠팡 물류센터에 일을 하러가기 위함이었다. (이후 각자의 스케쥴 때문에 실제로 친구 한명을 제외하고는 쿠팡에 일을 하러가진 않았다.) 당장에 돈도 없고, 일자리도 없는 나와 친구들에게 하루만 일해도 10만원이 넘는 돈을 쥘 수 있던 쿠팡은 꽤 구미가 당기는 일자리였다.

업무강도가 높고 하루 일하면 다음 하루는 누워서 꼬박 쉬기만 해야한다는 악명 높은 ‘쿠팡’이지만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쿠팡 물류센터로 간다. 쿠팡에 일하러 가는 많은 청년노동자들이 쿠팡은 업무강도가 높은 일자리이며 그곳에서 산재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안다. 하지만 쿠팡을 찾게 되는 배경과 맥락 또한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가 출간되었고,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는 쿠팡 물류센터 산재사망노동자 故장덕준님의 사망 당일 이야기로 시작된다. 책에서는 쿠팡이 어떤 방식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갈아 편리함을 만들고 자신의 배를 불려가는지 당사자•노동권•건강권 등 여러 관점에서 이를 설명한다.
 
   
▲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박미숙, 희정, 이승훈, 전주희, 한인임, 이희종, 정하나 지음 | 민중의소리 펴냄 | 2022년)

‘하면 안되는데 하는 사회’에서 쿠팡의 새벽배송이 탄생했다. 몰라서 못했던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 마저 깨지기에 하지 않았던 금기의 영역을 쿠팡을 비롯한 자본이 열었다. 노동자의 UPH(시간당 생산량)를 측정해 노동자를 닦달하고, 공익이 아닌 오롯이 자본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를 밤낮없이 고용해 컨베이어벨트를 돌린다. 야간노동은 2급 발암물질이며, 심혈관계질환의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것은 자본의 탐욕 앞에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쿠팡 새벽배송이 익숙한 사회다. 오히려 이런 어플과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코 앞의 편리함은 얼마나 많은 문제를 가려왔는가. 우리는 쿠팡으로 물건을 주문하며 밤새도록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내일 아침 자고 일어나면 도착해 있을 물건의 실물을 기대할 뿐이다.

“그럼 야간 노동자들에게 돈도 많이 지급하고 처우도 개선해 주면 되는거 아니야?” 쿠팡의 야간노동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자주 들려오는 말이다. 책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최근 우리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노동형태들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마저 깨뜨리며 등장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졌다. 사회적 합의로 지켜온 노동조건의 최저선이 더욱 낮아진 것이다. 자본은 ‘돈’을 통해 노동자를 회유하고 속이며 노동자를 착취하는 근본적인 구조를 강화시켰다. 야간노동자의 고강도 노동에 걸맞는 임금보장, 건강•휴식권 보장 또한 필수적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강화시켜 가는 기업과 거대 자본에 대한 문제의식도 지속적으로 환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쿠팡은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 하는데 앞장서고, 구조적인 문제를 만들어낸 기업 중 한 곳으로 그 책임을 면피할 수 없다.

동시에 새롭게 알게된 점은 한편으로 야간노동자들은 오히려 ‘야간노동’을 선호한다는 통계가 있다는 것이다. 야간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이 자신의 건강이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동시에 야간수당을 가산 받으며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임금으로는 내 삶을 유지하기 어려워 더 오랜시간 일을 하고, 현재의 임금으로는 내 삶을 유지하기 어렵기에 가산수당을 챙겨받을 수 있는 시간대에 일하는 것을 선택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람답게 일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세상이다.

책에서 짚었던 ‘시간빈곤’은 새로운 사유의 지점이었다. 쿠팡의 새벽배송과 그에 열광하는 한국 사회는 소외된 노동이 새로운 소외된 노동을 부르는 형태였다.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이다. 노동자들은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오랜 시간 일을 한 노동자들은 적어도 퇴근 이후에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을 수 있는 편리한 방식을 선호하고, 자연스럽게 새벽배송을 이용한다. 하지만 쿠팡이 자랑하는 ‘편리한 새벽배송’ 뒤에는 밤새도록 일을 하고,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를 겪는 노동자들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시간‘빈곤’이 동시에 새로운 자본을 불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쿠팡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20대 청년 고(故) 장덕준씨의 부모가 쿠팡의 사과와 대책을 촉구하며 트럭을 타고 전국에서 순회하고 있다(2021.5.12.대구노동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고 장덕준 유가족 전국 순회 투쟁 발족 기자회견(2021.5.12.대구노동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때로는 이런 노동문제를 사유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 또한 불평등하다고 느낀다. 자신의 노동에 언어를 불어넣고,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저시급을 받지 못하는 게 위법임을 알지만 당장의 생활비가 급해 신고를 하기도, 일을 그만 두기도 어려운 친구 앞에서 ‘최저시급 미지급은 노동법 위반이야’라고 말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나의 권리와 삶에 대해 사유하는 게 ‘운이 좋아서 가능한’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럴수록 노동조합의 역할, 특히 ‘청년 세대 노동조합’은 어떤 방식으로 청년 노동자들에게 말을 걸고, 어떤 요구를 갖고 활동을 전개하고,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확실한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故장덕준님의 삶에서 모든 노동자 시민의 삶을 본다. 일용직이지만 일하다 보면 계약직이 될 수 있을거라는 故장덕준님의 기대는 언젠간 정규직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일을 시작하는 또 다른 청년들의 기대이다. 일 할때는 경력직이었지만 처우 개선을 요구할 때는 ‘하루짜리 일용직’ 취급을 받았던 故장덕준님의 모습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故장덕준님의 아버지가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애가 일을 안해도 되고 잘 있었을텐데’라며 가진 미안함과 죄책감은 ‘가난한 집안에서 민호를 태어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다’던 제주 현장실습생 故이민호님 아버지가 가진 죄책감과 얼마나 다른가. 사람이 죽으면 누군가는 ‘하늘도 무심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본이 무심하다. 국가가 무심하다. 오늘도 무사히 퇴근할 수 있는 사회, 단 한 명의 시민에게도 무심하지 않은 사회를 꿈꾼다.

자본이 탐욕과 호기심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그래서 쿠팡이 생겼고, 배달의 민족이 생겼다. 자본은 더욱더 악랄해지고, 착취적으로 변화해 간다. 그 속에서 믿고 싶은 게 하나 있다.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희망이 노동자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더 크게 말하고, 저항함으로써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말하기와 저항이 더 힘차고 즐겁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자본이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그에 저항하는 더 큰 상상력을 만들어 보자. 세상을 만들어온 노동자 시민들이 세상을 바꾸자.

 
   
 
 





 
 [책 속의 길] 205
 심순경 / 대구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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