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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에게 길(道)을 묻다
박호석 / 『나 홀로 읽는 도덕경』(최진석 지음 | 시공사 펴냄 | 2021)
2023년 01월 04일 (수) 13:10:53 박호석 pnnews@pn.or.kr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은 저자의 이름 그대로 ‘노자(老子)’라고 불리기도 한다. 도덕경의 도(道)는 본체(本體)를 주로 하고, 덕(德)은 도의 ‘용(用)’ 즉, 쓰임을 말하고 있다.

본체로서의 도는 우주와 천지 만물의 창조주이고 주재자이며, 존재의 법칙이기도 하다. 노자 42장에서 '도에서 1이 생기고, 1에서 2, 2에서 3, 3에서 만물이 생겨난다(道生一 … 三生萬物).' 1은 기(氣) 2는 음양(陰陽 ) 3은 음양의 화합이다. 도의 법칙은 변증법과는 달리 되돌아가고 반복하는 것이다. 사계절과 같이, 달이 차고 기움 같이. 도는 원심력을 가지고 무한히 가면 다시 구심력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노자 16장에서 '만물이 아울러 일어나 생성 활동을 하지만 결국은 그 뿌리인 도로 돌아가는 것이'다. 도는 만물에 내재하는 원리이고 법칙이며 자연의 질서가 되는 것이다.

도의 쓰임은 무궁무진하다. 노자 4장에 '도는 비어 있으나 쓸 수 있고 채워도 늘 채워지지 않는다'고 했고, 노자 5장에는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다. 비어도 다 하지 않고 움직이면 한없이 바람이 나온다'고 했다. 비어있음(虛)과 없음(無)의 쓰임(用)이다.
 
   
▲ 『나 홀로 읽는 도덕경』(최진석 지음 | 시공사 펴냄 | 2021)

천지간(天地間)이 비어 있으나, 도의 움직임으로 만물이 끝없이 나고 자라 번성(生育化成)하고 만상이 전개된다. 노자 11장에 도공이 질그릇을 빚을 때, '진흙을 이겨 그릇의 속을 비움으로 그릇을 유용하게 한다'. 집이나 방이 유용하게 쓰임은 사람이 거처할 수 있는 빈 공간(空間)이 있기 때문이다.

노자 6장에서는 '현빈(玄牝)의 문(門), 이를 천지의 뿌리라 한다'. 현빈은 여성의 자궁을 뜻하며 노자 1장의 신비하고도 오묘한 '중묘(衆妙)의 문(門)과 같다'. 여기서 만물이 나오고 생명이 태어난다. 그래서 곡신(谷神) 즉, 봉우리가 아닌 골짜기의 중간, 비어 있는 곳의 신(神)이 라 한다.

노자 40장에 '柔弱한 것이 도의 작용이라 했다.' 노자 43장에서는 '천하에서 가장 유약한 것은 천하에서 가장 견고한 것을 마음대로 부리고, 틈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다'. 즉 침식작용을 한다. 이러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물'에서 볼 수 있다. 노자 78장은 '천하에서 물보다 유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굳고 강함을 꺾는 데는 물보다 뛰어난 것은 없다. 아무것도 그 본성을 바꿀 수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고 했다.

그래서 노자는 8장에서 '최상의 선(上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에 이로우나 서로 다투지 않고, 언제나 대중(衆人)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아래로 낮추니 다툼이 없고 포용하고, 시기나 질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이롭게 하면서도 소유하거나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기대하거나 의뢰하지 않고, 공(功 )을 이루어도 안주하지 않으므로 영원하다. 물은 흐르면서 스스로 정화작용을 한다. 또한 물은 높낮이를 맞춰서 평형 작용을 한다.
 
   
▲ 『나 홀로 읽는 도덕경』(최진석 지음 | 시공사 펴냄 | 2021) 뒷표지

노자의 핵심은 ‘도(道)’이다. 노자 25장에서 '도는 자연을 따른다(道法自然)고 한다. 도의 본 모습은 자연이기에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여기에서 자연은 ‘스스로 자(自), 그러할 연(然)’으로 ‘스스로 그러한’ 존재의 법칙, 원리와 질서이면서, 한편 현상으로 자연 즉 하늘과 땅, 산과 강 바다 등 인위적이 아닌 것을 모두 포함한다.

새해 벽두에 자연을 생각해 본다. 인간은 자연에서 자연히 생겨나 살다가 자연으로 자연히 돌아간다. 나고 죽음은 자연이나 삶은 자연하지 못함이 문제이다. 자연을 거슬러 파괴하고, 흘러야 할 강의 물길을 가로막고,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산과 나무를 없애고, 대량생산으로 과소비를 부추겨 땅과 물, 공기까지 오염되어 우리의 몸과 마음도 병들어 간다. 코로나19도 여기서 시작됐다. 반자연은 앞으로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을 예고 하고 있다.

경제성장, 과학기술의 발전 만이 미덕이 아니다. 개발은  그만 하고 이제는 복원 하고 보전해야만 한다. 제발 안목을 높혀 멀리 보고  '스스로 그러한' 자연을 그대로 두자. 자연환경, 기후정의를 생각하며 좀 더  자연스럽게 살기를 소망해 본다.   

 
   
 








[책 속의 길] 214
박호석 / '안심마을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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