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뉴스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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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2023년 마지막 칼럼은 필자의 기준으로 우리 삶에 끼친 영향과 마음에 남는 뉴스로 정리해 보았다.

전쟁과 자연재해

올해를 생각하면 성탄절에도 계속된 ‘전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작년 부터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민간인과 전투원 등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벌써 1만8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쟁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도 극심했다. 2월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국경 지대에서는 규모 7이 넘는 강진, 9월 모로코 아틀라스산맥 부근의 지진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고 삶터가 파괴되었다. '지상낙원'으로 불렸던 하와이 마우이섬이 잿더미로 변한 모습은 기후위기 시대의 상징 같았다. 리비아의 대홍수, 그리스의 산불 등 올해는 기상 관측 174년 이래 ‘가장 뜨거운 해’였다고 하는데 지구 평균온도 1.5도 제한은 이미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는 해마다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광복절,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핵오염수 방류 반대" 행진(2023.8.1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광복절,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핵오염수 방류 반대" 행진(2023.8.1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일본 방사성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구시민 규탄대회'(2023.12.20)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일본 방사성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구시민 규탄대회'(2023.12.20)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쟁과 자연재해 못지않게 인간이 만든 재해는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이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오염수를 약 7천800톤(t)씩 방류한다는 계획 하에 11월에 3차 방류를 마쳤으며 1월에 4차 방류가 예정되어 있다. 30년간 방류한다는 핵오염수 방류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서이초 사건과 교사들의 외침

올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사건은 서이초 교사의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교사들의 교권회복 요구가 아닐까 한다. 7월 22일부터 10월 28일까지 교사들은 서울 광화문, 국회 앞에서 11차례 토요 집회를 열고, 교권 회복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두 달 넘게 수사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고, ‘교권 4법’은 국회에서 통과 되었지만 현실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서이초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대구 49재 분향소 헌화(2023.9.4. 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서이초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대구 49재 분향소 헌화(2023.9.4. 대구시교육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서이초 교사 49재 '9.4공교육 멈춤의 날'(2023.9.4. 대구교육청 앞)...대구지역 교사와 시민 1,000여명이 참석해 "아동학대법 개정"과 "교육권 보장"을 호소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서이초 교사 49재 '9.4공교육 멈춤의 날'(2023.9.4. 대구교육청 앞)...대구지역 교사와 시민 1,000여명이 참석해 "아동학대법 개정"과 "교육권 보장"을 호소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새만금 잼버리 파행과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새만금의 잼버리 파행과 2030부산 엑스코 유치 실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럽고 힘들다 못해 화가 났다. 새만금 잼버리 뉴스는 매일 매일 놀라웠다. 기본적인 위생문제와 부실한 폭염대책, 애초에 여가부 장관까지 나서서 경미한 사건이라고 하더니 35건이나 접수된 성범죄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마지막엔 태풍이 온다고 모든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다른 도시로 보내서 관광을 하게하고 마무리는 K-pop공연으로 해버렸다. 새만금 잼버리는 6년의 준비 기간과 1,171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정부는 대회가 끝나고 잼버리 대회가 이렇게 된 원인을 찾고 책임을 지기는커녕 새만금 개발 예산 삭감을 발표하여 전북도민들을 분노케 했다.  

연이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는 더 황당했다. 2년 간 5,744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부산 엑스포 유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165표 중 29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정도 표차이 이면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마치 될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한 이유가 궁금하다. 정부는 총리실 직속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 유치지원단을 두고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쳤고 재벌기업의 회장들도 함께 했지만 투표 나흘전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들은 수행원 없이 폭탄주를 마셨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방송으로 생중계까지 한 부산엑스포 유치전 실패 원인을 따지는 국회특위 회의에 정부관계자와 여당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도심 속 특공장갑차와 흉악범죄

2023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안전’에 대한 극심한 불안을 경험했다. 신림역과 서현역의 흉기 난동사건은 안타까운 희생자들 발생에 그치지 않았다. 온라인에 살인 예고 글이 계속 올라왔고 경찰은 살인 예고 글 작성자 235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더 불안해진 것은 도심 한복판에 경찰특공대원과 전술 장갑차가 상주한 모습과 중학생을 범인으로 오인해 검거하려한 일이다.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는 오전11시 40분경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폭행을 당한 후 목이 졸려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는 범행동기가 ‘강간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신림역 사건 이후 가족모임에서 조심하라는 가족들의 말에 ‘경찰이 열심히 할 것’이라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전국 치안센터 952곳(2023년 기준) 가운데 60.5%에 이르는 576곳을 연내에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동인치안센터(2023.12.4). 경찰청은 전국 치안센터 952곳(2023년 기준) 중 60.5%인 576곳, 대구 치안센터 41곳 중 65%인 27곳을 연내에 폐지한다.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부경찰서 동인치안센터(2023.12.4). 경찰청은 전국 치안센터 952곳(2023년 기준) 중 60.5%인 576곳, 대구 치안센터 41곳 중 65%인 27곳을 연내에 폐지한다.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퇴행중인 성평등

대선 기간 중 ‘여성가족부 폐지’를 SNS에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의 공약은 여성가족부를 폐지 하지는 못했지만 국민의 힘 소속 지자체 장들이 알아서 진행 중이다. 올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회원단체들과 분석한 결과 여성정책 관련 지자체의 부서와 사업은 축소되고 예산은 줄었다. 또한 양성평등기본법에 의해 세우게 되어 있는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는 ‘여성’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여성폭력’이라는 단어도 없어지고 있다.

정책은 예산으로 실현된다. 여성폭력피해자 지원 등의 예산 142억원을 삭감한 여가부 예산은 국회에서 81억6200만원 증액되었지만,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은 거의 정부안 그대로 통과되었다.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등 예산은 8억500만원 줄었으며 성 인권 교육 사업과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 제작(9억9600만원), 디지털 성범죄 특화 프로그램 운영(5억9500만원), 이주여성 인식 개선 및 폭력피해 예방 홍보 사업 예산(7600만원) 등은 전액 삭감 되었다.
 
"여성 폭력 NO" / 사진.대구여성폭력방지상담소
"여성 폭력 NO" / 사진.대구여성폭력방지상담소
"퇴행의 시대를 넘어"...세계여성의 날 대구 동성로 행진(2023.3.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퇴행의 시대를 넘어"...세계여성의 날 대구 동성로 행진(2023.3.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폭행에서 일터까지 위협하는 백래쉬

정부의 정책과 예산이 성평등 사회로 가는 길을 후퇴 시킨다면 일상은 폭력적인 백래쉬 상황이다. 11월 4일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선 20대 남성이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난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며 마구 때렸고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까지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 ‘페미’로 낙인찍히면 온라인 공격과 물리적 공격이 행해지고 있는 현실이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다.

폭행뿐만 아니라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7월에는 남성 유저들이 프로젝트 문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일러스트 작가의 SNS 글을 문제 삼으며 회사를 집단 방문하였다. 그간 일부 유저들이 온라인상에서 여성노동자들을 비난하고 회사를 압박하더니 직접 찾아가기에 이른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할 회사는 정규직인 여성 노동자와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했고 결국 여성 작가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넥슨의 ‘집게 손가락’사건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내 손가락 이미지를 두고 일부 커뮤니티 유저들이 남성혐오라고 하자 넥슨은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하청업체 뿌리스튜디오에 대응할 것을 압박했다. 그러나 실제로 ‘집게손가락 논란’은 음모론에 불과했다. 뿌리의 다른 영상들도 남성 감독이 연출하고 그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뿌리스튜디오의 다른 여성노동자에 대한 사이버 불링과 신상에 대한 위협도 있었지만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2023년 뉴스를 정리해 놓고 보니 너무 어두운 일뿐이다. 이 밖에도 경제상황과 물가, 답답하기만 한 정치권의 모습은 더욱 어둡다. 세상을 좀 긍정적으로 보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 뉴스는 좀 더 이성적으로 보고, 공부는 더 열심히 하고, 사람은 더 열심히 만나고. 2024년은 갑진년 청룡의 해라고 한다. 늘 그랬듯이 방구석에서 새해를 맞이하지 말고 푸른 청룡의 기운을 받으러 해돋이를 가야겠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무엇을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남은주 칼럼 49]
남은주 /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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